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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국... 말로는 ‘전시(戰時)상황!’, 행동은 ‘전시(展示)추경?’
코로나19 시국... 말로는 ‘전시(戰時)상황!’, 행동은 ‘전시(展示)추경?’
  • 권의종
  • 승인 2020.03.1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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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별 종합대책 마련하고 강력한 리더십 발휘할 때... 큰 안목, 잰걸음, 긴 호흡 필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코로나19 사태가 ‘전시상황’이다. 대통령이 비상경제시국을 선언했다. 비상경제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특단의 대책과 조치를 신속 결정하고 강력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 대통령 지휘로 경제 대책을 계획·집행하는 비상 회의 기구를 꾸려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구상이다. 대구 경북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로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0~0.25%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이와 함께 유동성 공급을 위해 7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는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도 단행했다. 일본 등 세계 각국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과거 위기들과 비교될 바 아니라는 점에 전 세계가 동의한다는 방증이다.

경제가 셧다운 조짐이다. ‘대공황 위기’까지 거론된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아시아 유럽 북미로 시간대를 번갈아 가며 세계 주가지수가 급락한다.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 마비될 지경이다. 한 치 앞을 가늠키 힘든 시계 제로의 상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다들 우왕좌왕하고 있다.

미증유의 위기다. 전통적 해법이 잘 먹히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는 금융문제가 본질이었다. 자산시장 버블과 모럴 해저드에서 비롯되었다. 금융시스템 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 붙었다. 패닉에 빠진 시장에 빠르게 유동성을 공급한 연준의 조치가 통했다. 지금은 다르다.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나빠지고 그 여파로 금융시장 불안이 불거지고 있다. 순서가 반대다.

코로나19 사태, 미증유의 경제 위기...금융정책과 재정정책 등 전통적 해법 잘 안 먹혀들어

통화정책을 시행한다고 방역 조치로 멈춰선 공장이 돌아갈 리 없다. 금리 인하로 소비자 심리를 되살리기 어렵다. 소비자의 관심은 건강과 안전에 있다. 재정정책도 제한적이다. 전염병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상품권 등 쿠폰을 나눠준다고 식당과 전통시장의 경기가 회복될 리 없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불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치명상을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당연하고 시급하다.

다만 사태의 조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책의 가치 설정과 우선순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UC버클리대 경제학과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의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실린 기고는 핵심을 찌른다. “경제학자와 정책담당자는 감염병 학자와 보건 실무자가 취하는 조치가 ‘적합한 수단’이라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책 당국 간 협력과 방역 당국에 자율성을 부여, 투명성이 팬데믹 전선의 표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논지는 두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우선 방역이 최선의 경제대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방역을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경제정책도 방역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 ‘방역 따로 경제 따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럴만한 재정적·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힘은 합쳐야 커질 수 있다.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도 그렇다. 11조 7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확정되었다. 추경은 당연히 필요했다. 취업성공패키지, 고용창출장려금, 고효율가전제품환급금 등 코로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예산이 포함된 것은 유감이다. 그러면 안 된다는 지적이 진즉부터 있었으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예산이 코로나 피해 회복에 집중되었어야 했다. 그랬으면 벌써부터 들먹이는 2차 추경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시(展示)추경’이라는 비난이 나올만하다.

추경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되는 만큼 적재적소에 아껴 써야 한다. 돈은 현세대가 빌려 쓰고 상환은 차세대가 하는 국채의 특이한 구조를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결국 빚이 대물림되어 나랏빚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추경으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은 41.2%, 관리재정적자 비율은 4.1%로 높아지게 되었다.

비상시국에는 비상대처가 유효...시나리오별 종합대책 마련하고, 강력한 리더십 발휘할 때

급하다고, 내 돈 아니라고, 내가 앞 갚는다고 마구 빚을 내다보면 경제는 힘들어진다. 빚 앞에 장사 없다. 지역 상품권이나 자치단체장들이 주문하는 재난긴급생활비, 재난기본소득 등도 다 빚내서 줘야 하는 돈이다. 나랏빚은 긴급 용도에 한정하고 규모도 최소화하는 게 맞다. 추경은 응급상황에서 비상약으로 처방되어야지 상시 장복하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또 다른 긴급 과제는 방역의 자율성이다. 나대는 사람은 많은 데 콘트롤타워가 안 보인다. 초기부터 방역 당국에 재량권이 주어졌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후회한들 무엇 하랴. 앞으로나 잘하면 된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질병관리본부장이 ‘방역 사령탑’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의사결정자의 지위가 높아지고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효율은 떨어진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향한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로서는 외환에도 신경 써야 한다. 보유 외환이 넉넉하다고 방심할 수 없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외환 유출은 순식간에 벌어진다. 달러화나 엔화와의 스와프 체결로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비상시국에는 비상 대처가 유효적절하다. 시나리오별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금세기 가장 심각한 위기일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럴 리 없고 그래서도 안 되겠지만, 지금이 위기의 시작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큰 안목, 잰걸음, 긴 호흡이 필요하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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