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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위 권고를 단순 사과 아닌 제도 개선으로 보여줘야
삼성, 준법위 권고를 단순 사과 아닌 제도 개선으로 보여줘야
  • 백종국 기자
  • 승인 2020.03.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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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성 사과 무의미…손해배상 기업지배구조개선 등 요구돼

 

▲삼성은 준법위의 권고를 단순 사과가 아닌 제도 개선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각계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삼성은 준법위의 권고를 단순 사과가 아닌 제도 개선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각계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금융소비자뉴스 백종국 기자] 삼성그룹의 준법 경영을 도모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지난 25일 출범 때부터 그 의도를 두고 말이 많았던 삼성 준법위는 지난 11일 준법위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과거의 잘못들에 대해 사과하라는 등의 권고안을 낸 뒤 본격적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준법위는 이날 삼성 그룹의 불법 경영권 승계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의 반성과 사과를 주문하면서 향후 경영권 행사 및 승계와 관련해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공표하고, ‘무노조 경영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선언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16일 성명을 내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 감형을 위한 목적임이 드러난 준법감시위원회 즉각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대법원의 파기환송심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재벌총수 감형재판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한 형량거래 시도를 즉시 중단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준법위의 출범과 활동을 또 다른 법경유착에 따른 사법 농단으로 규정한 경실련은 특검이 제출한 재판부 기피신청을 사법부가 즉시 수용할 것”, “준법위 참여한 위원들은 자신들의 기업 혁신에 기여한다는 선한 의지를 이 부회장의 형량 거래의 명분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즉각적으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앞선 11일 참여연대는 어떠한 법적 의무도 없는 준법위의 이러한 권고가 국정농단 뇌물공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삼성물산 부당합병을 통한 불법적 승계작업, 노조 탄압, 개인정보 무단열람을 통한 시민단체 후원 임직원 색출 등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저질러 왔던 수많은 불법에 대해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설령 준법위의 사과 권고를 이재용 부회장이 이행한다 하더라도 이는 삼성의 불·편법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양형 감경 사유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서도 삼성 준법위 행보에 대해 다양한 비판들이 제기됐다. 법원이 심리 중인 사안, 혹은 아직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은 수사 중인 사안까지 두루뭉술하게 묶어 총수 이재용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재계 일각에서는 고 이병철 선대 회장, 이건희 회장 때 벌어진 일 등 매듭지어진 사안을 이재용 부회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과거 삼성그룹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었다는 결론은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지 준법위가 나서서 할 일은 아니라는 견해를 내놨다.

향후 재계의 윤리경영 파수꾼으로서 모범이 될 거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과거사에만 집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준법위의 독립적인 활동 노력은 인정하지만 준법위가 본래의 출범 목적인 위법 사안 예방기능보다는 과거의 경영 활동을 강조한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준법위가 삼성의 윤리·준법경영을 위한 파수꾼 역할에 집중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뛰어넘어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준법위의 권고안에 대한 이 같은 비판들은 지엽적으로는 전부 맞는 것이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한 마디로 핵심은 망각하고 변죽만 올리고 있는 셈이다.

 

▲▲삼성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단순 사과보다는 삼성의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담아내는 데 주력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삼성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단순 사과보다는 삼성의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담아내는 데 주력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양형거래 프레임 VS 합법적 감경사유

삼성 준법위에 대한 비판은 그 출범과 함께 잉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삼성그룹 부회장의 뇌물공여·업무상횡령죄 등 사건 파기환송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위법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에 따른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조언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판부는 지난 117일 열린 제4차 공판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 양형심리와 관련해 삼성이 제시한 준법감시제도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모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양형거래라면서 재판부를 비난하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삼성이 창사 82년 만에 외부 준법경영 감시기구인 준법위를 출범시키면서 국정농단 사태와 같은 정경유착의 단절을 선언했지만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가 제시한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형사소송 절차에서는 양형기준이라는 것이 있고 이는 감경사유를 고려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전체 진행 사항을 살펴보지 않고 양형거래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측면이 있다.

참여연대는 재판부의 제안에 호응하여 급조된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그룹의 내부조직에 불과함에도 이재용 변호인단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설치를 근거로 이부회장의 형량을 깎는 데 반영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였다면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두고 진행된 재판부의 제안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호응은 이 부회장이 형량을 축소하려는 목적이었음이 명확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특검 역시 지배구조개편을 비롯한 재벌체제 혁신 없는 준법감시위원회는 피고인을 봐주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며 준법위가 피고인을 봐주기 위한 요식행위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 취지는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8을 참고해 실효성 있고 독립된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권고한 것이고, 준법감시기구의 설치와 실효적 운용 여부를 검증해 그 결과를 우리 대법원이 제정한 양형기준 가운데 범행 후 정황으로 반영하겠다는 뜻일 뿐이라는 법조계 해석도 있다.

재판부는 삼성과 준법위에 대해 실질적이고 실효적 운영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가 이 같은 사법부의 취지에 부합했냐고 물었을 때 현재로서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준법 감시 프로그램을 전반적이고 실효적으로 작동하게 하며, 준법 감시 분야에 성역을 두지 않겠다고 다짐한 위원회의 결과물치고는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으로, 준법위에 대해 비판은 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지배구조개편, 재벌혁신 없는 준법위는 무의미

삼성 특검과 시민단체 등이 삼성 준법위에 대해 양형거래프레임을 내세우는 것은 과거 삼성이 보여준 행보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잘못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어온 삼성의 사과는 면피성이었지 그 이후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삼성의 공약들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됐고 결국 이전의 잘못이 반복되는 역사를 낳았다.

지난 2005'삼성 X파일' 사건이 불거지자 이건희 회장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사과하며 사재 8000억 원 사회 환원,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 운영 등을 발표했으나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다.

사재출연으로 관심을 모았던 8000억 원 중 4500억 원은 이미 이건희장학재단에 조성해 놓았던 돈이었으며, 재용·부진·서현씨 등 이 회장의 자녀3명이 불법 승계 과정에서 헐값에 취득한 주식의 추정이득을 토해내겠다고 했지만 1300억 원 규모의 계열사 지분을 재단에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들이 헐값에 인수했던 에버랜드 주식 가치는 추후 회사가 상장하면서 수조 원대로 뛰었다.

이후 옴부즈만 성격으로 출범한 삼지모는 회의 5번에 특별한 성과 없이 2년 만에 흐지부지됐다.

2008년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조준웅 특검이 이건희 회장을 기소한 직후 삼성은 '총수일가 사퇴'라는 쇄신안을 내놨으나 총수일가는 2년 후인 20103'경영위기'로 인한 삼성 사장단의 요청에 따라 전원 복귀했다. 이재용 전무는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전략기획실을 없앤 대신 미래전략실이라는 새 컨트롤타워가 생겼다. 추후 미래전략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에 적극 가담하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두 재단을 계열사 주식 취득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삼성생명공익재단을 통해 통합 삼성물산 주식을 3000억 원어치 사들여 이듬해 바로 약속을 깨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이 삼성의 단순한 사과와 반성은 믿을 것이 못 되므로 이건희 회장이 차명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에 따른 이득을 반환하는 등 실질적인 해결책이 공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및 횡령 혐의 사건은 개인의 품성 문제가 아닌 기업 운영의 문제이므로 이는 기만적 사과 공표가 아닌 제도적 개선으로 나타나야 하며, 합의와 반성문은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실질적 행위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준법위의 권고안에는 재벌 폐해 시정을 위한 내용이 들어가야 하고 이는 삼성의 실질적 운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부당합병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국민연금 등 주주들에게 배상을 하는 것은 물론, 이사회 등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앞장서 다시는 불법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요구이다.

사법부 또한 양형거래라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반복된 삼성에 대한 봐주기식 판결이 아니라 경제정의를 구현하고 사법정의를 확립할 수 있는 노력들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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