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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분쟁,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 2곳 조원태 지지...무게 추 쏠리나
한진그룹 분쟁,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 2곳 조원태 지지...무게 추 쏠리나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3.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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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KCGS, 세계 최대 ISS 연이어 조 회장 연임에 찬성 권고...3자 연합에는 “설득력 부족”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연합뉴스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 2곳 모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었다. 국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이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을 권고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전 의견을 청취하는 두 자문사 모두 조 회장 연임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달 27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진칼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지분 2.9%)이 조 회장을 밀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신호다.

15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ISS는 지난 13일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분석(의결권 권고) 보고서에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 의견을 담아 기관투자자들에게 일괄 발송했다.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에도 같은 의견을 낼 것을 전달했다. 조 회장 측 추천 사내이사 2명 모두의 선임에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보고서에는 조 회장 등 한진칼 경영진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했다는 설명이 포함됐다.

ISS는 한진칼 이사회 규모로 6~10명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한진칼 추천 사외이사 5인 가운데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찬성 의견을 내놨다.

다만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와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에 대해서는 “경험이 중복되는 후보”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ISS는 이번 판단의 근거로 2가지 기준을 들었다. 3자 연합이 대대적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전개했는지, 또 그 변화를 누가 주도할 수 있는지. 3자 연합의 설득은 충분치 않았던 셈이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 연합뉴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 연합뉴스

ISS, 3자 연합 추천 사·내외이사 후보 7인 중 6명 반대

ISS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맺은 ‘3자 연합’ 추천 이사 후보군 7인 중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만 찬성 의견을 냈다. ‘타사 경영 및 사외이사 경험’을 이유로 들었다. 나머지 후보 6인(배경태·서윤석·여은정·이형석·구본주·함철호)은 모두 반대했다.

3자 연합의 주장도 대부분 수용되지 않았다. 앞서 3자 연합이 조 회장 공격 카드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대한항공의 과도한 부채비율’이었다. 조 회장의 경영 실패가 부실한 재무상태로 이어졌다는 게 현 한진칼 경영진이 교체돼야 할 주요 이유라는 지적이다. 앞서 강성부 KCGI 대표도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항공사는 부채비율이 높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했다. ISS는 “2014년 이후 한진칼 매출은 연평균 14%씩 늘었고 평균 업억이익률은 8%를 기록했다”며 “항공·물류 사업 특성상 한진칼의 연간 실적은 국제 유가와 환율 동향에 크게 좌우됐으므로 2019년 영업손실은 거시 변수 및 지정학적 분쟁 등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대한항공 경영 부진의 귀책 사유를 조 회장의 경영 실패로 돌린 3자 연합의 주장도 기각됐다. 대한항공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했지만, 한진칼 부채비율은 67%에 그쳤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 회장의 재임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경영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ISS는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파트너십을 통해 핵심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 역시 높이 샀다. 카카오와의 제휴를 통한 신(新) 수익원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라는 발표도 설득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경영진의 부채비율 개선 의지가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이다.

앞서 지난 14일 KCGS도 고객사에 발송한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보고서에서 “한진칼 이사회 안이 보다 기업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3자 연합의 주주 제안 후보 전원에 대해서 ‘의결권 불행사’를 권고했다. 즉, ‘기권’을 주문한 것이다. KCGS는 한진칼 지분의 2.9%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 국내 3개 의결권 자문사와 외국계 글래스루이스 등도 조만간 권고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고객사에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앞 간판에 한진그룹 관계사 및 정석기업 명패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앞 간판에 한진그룹 관계사 및 정석기업 명패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승기 잡은 조원태, 제동 걸린 3자 연합...결전까지 D-11

ISS와 KCGS의 ‘지지 선언’으로 조 회장 측은 승기를 잡았다. 반면 3자 연합의 패색은 짙어졌다. 비교적 팽팽했던 양대 구도에서 무게 추가 한쪽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단정하긴 이르다. 오는 27일 주총까지 아직 11일 남았다. 이 기간 동안 돌발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3자 연합이 판세를 역전시킬 만한 '파격' 카드를 선보이지 못하면 국민연금이 조 회장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여태껏 양쪽은 수없이 공격을 주고받았다. 조 회장의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및 인하대 부정 입학,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등 양 진영 중심인물의 개인적 비위·일탈 행위를 놓고 신경전에 불이 붙었다. 조 회장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그룹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조 회장 편에 서면서 가족 내 구조도 재편됐다.

이어 양쪽은 몇 차례 ‘남매의 난’을 이어갔다. 각 우호 진영은 계산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다. 또 이사회 구성을 놓고 양쪽 모두 사·내외 이사를 대거 추천하는 등 치열한 셈법을 이어갔다.

불은 최근 법정 공방까지 옮겨붙었다.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 건과 관련해 양쪽은 여러 차례 의혹과 반박 릴레이를 펼쳤다. 3자 연합은 해당 의혹을 ‘대한항공 불법 리베이트’로 규정하고 회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부재했을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이 당시 이 사건에 직접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해당 의혹 제기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 맞받고,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시켜 회사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행위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불사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양쪽이 이처럼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데는 소액 주주의 표심이 승부를 판가름 낼 것이라는 공통적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총 직전까지 어떻게든 소액 주주들 마음을 사로잡을 카드를 지속해서 내놔야 하는 것이다. 

한진칼은 일찍이 지난 7일부터 기업 및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장 확보에 돌입했다. 3자 연합 역시 법률자문사 한누리에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를 위임했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지분율은 조 회장 측 33.45%, 3자 연합 31.98%로, 1.47%p 차이다. 한진칼 지분 2.9%를 가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방향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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