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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지금 한국이 고작 14세기 중세 유럽 수준인가
마스크 대란...지금 한국이 고작 14세기 중세 유럽 수준인가
  • 권의종
  • 승인 2020.03.0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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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늘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해결책 없어...비교우위 확보되면 유망 비즈니스 반열 오를 수 있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14세기 이후 중세 유럽은 말 그대로 암흑기였다. 백년전쟁에 시달린 데다 전염병까지 창궐했다. 1340년대 페스트가 유럽 대륙을 휩쓸었다. 1347년부터 4년간 유렵 인구의 3분의 1 가량이 사망했다. 도시 지역은 인구의 절반이 줄었다. 피렌체의 경우 11만 명의 인구가 4만5천 명으로 급감했다. 비참한 상황은 페스트로 아버지를 여읜 이탈리아 작가 보카치오의 단편소설집 『데카메론』에 구구절절 녹아있다.

페스트는 공포였다. 감염이 되면 고열이 치솟고 피를 토하며 호흡곤란을 일으켰고 정신을 잃었다. 발병 후 24시간이 못가 숨졌다. 죽기 직전에 환자 피부가 흑색으로 변한다 해서 흑사병이라 불렸다. 환자를 격리하지 않은 채 성당에 모여 미사를 드리는 바람에 전염이 컸다. 성직자 희생이 많았다. 전염병의 이름은 고사하고 원인조차 몰랐다.

1330년대 초 중국에서 시작된 페스트는 아시아 지역으로 퍼졌다. 1340년대 초에는 흑해와 지중해에 도달했다. 1340년대 후반에 이르러 유럽 내륙과 서아시아, 북아프리카에까지 확산되었다. 발병 지역은 하나 같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유럽과 몽골제국에 치명적 타격을 안겼다. 중국의 어느 성은 인구의 90퍼센트를 잃었다. 가공할 파괴력이었다.

페스트가 재앙으로 이어진 큰 원인은 치료수단 부재에 있었다. 당시 유럽인은 영양 상태까지 엉망이었다. 인구가 급증했으나 흉작으로 식량 사정이 열악했다. 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했다. 굶주린 상태에서 페스트가 번지면서 피해가 막심했다. 19세기말 파스퇴르에 의해 페스트균이 발견되기까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유럽 대륙 휩쓴 페스트, 이상하게도 유대인은 비켜가...청결 강조하는 율법과 전통 덕분

책임이 유대인에게 돌아갔다. 애꿎은 희생양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페스트가 유대인을 비켜갔다. 청결을 강조하는 유대인의 율법과 전통 때문이었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옷과 신발에 묻은 먼지를 떨었다. 기도 전에는 온몸을 닦았다. 의심스러운 고기나 음식은 입에 대지 않았다. 전염병 환자가 생기면 엄격히 격리했다. 잘 씻는 습관 하나로 전염병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위생 상태가 유대인만 못할 리 없다. 정갈함이 몸에 밴 민족이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흰옷을 즐겨 입었다. 이른 새벽 우물에서 떠온 정화수를 장독대에 올리고 천지신명께 빌며 하루를 시작했다. 국가적 청결능력은 그만 못한 듯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정책을 보면 중세나 다름없어 보인다. 방역의 기초용품인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하지 못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마스크 부족 사태를 두고 대통령이 국민께 고개를 숙였다. 지난 달 4당 국회 영수회담 때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들이 긴밀히 협력, 조기 해결할 것을 지시했다. 자휘 체계의 난맥이 드러난다. 마스크 공급에 문제가 없다던 정부가 돌연 재사용을 권장한다. 일반 국민에게 의료진이 쓰는 보건용 마스크를 쓰라해 놓고, 지금 와서 면(綿)마스크를 써도 괜찮다고 한다. 어쩌란 말인가.

정부가 마스크 수출을 줄인다. 조달청이 제조업체에서 마스크를 직접 사들여 우체국과 농협, 약국 등에서 파는 공적 판매를 늘린다. 1인당 마스크 구매량을 일주일에 2개로 제한한다.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별로 마스크를 구매토록 하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다. ‘배급제’다. 수급 안정화 대책이라기보다 수급 불안정 대책으로 불릴 만하다. 수요만 짓누르는 부동산 정책과 어찌 그리 똑 같은지.

유통체계 손보는 정도로는 품귀 못 막아...기존업체 증설-창업 촉진으로 생산능력 키워야

중복구매와 줄서기를 막기 위해 약국에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정보를 공유한다. 우체국 등에서도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구동된다. 정부 설명이 그럴싸하다. 다중구매를 막고 최대한 많은 사람이 공평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조치라 한다. 그래봐야 유통체계를 손보는 정도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핵심은 못 짚고 변죽만 울린다는 비난이 거셀 듯싶다.

그렇잖아도 먹고살기 분주한 서민들이 더 바빠지게 생겼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만사 제쳐 두고 아침부터 식구대로 줄을 서야할 판이다. 경제부총리의 말마따나, 국내 경제활동인구 2800만 명이 하루에 한 장씩 마스크를 쓴다고 가정할 때 현 생산능력으로는 원천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하다. 정책은 수렁에 빠진 헛바퀴만 돌고 있다. 마스크 한 장으로 3일을 버티라는 얘기다. 마스크 확보에 목매야 하는 처지가 부끄럽고 초라하다.

결론은 공급이다. 공급량을 늘리는 게 근원적 해법이다. 기존 업체의 시설을 늘리고 신규 창업을 촉진해야 마땅하다. 차제에 국내는 물론 해외 수요까지 내다보는 큰 안목이 요구된다. 연구개발(R&D)을 통한 차별화된 제품 생산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도 또 다른 전염병들이 출현할 소지가 있다. 미세먼지 등으로 마스크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세 유럽의 페스트와 코로나19는 유사점이 많다. 중국에서 발원하여 지구촌 곳곳으로 퍼진 점, 발병 원인을 모르고 치료제가 없는 점, 특정 지역에 피해가 집중된 점이 흡사하다. 대응 미숙으로 피해를 키운 것도 닮은 꼴이다. 인류는 수많은 전염병을 겪고도 무방비에 노출되는 상투적 무능을 반복해 왔다. 더 이상의 실수는 금물이다. 비교우위만 확보되면 마스크 산업이 유망 비즈니스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과거를 딛고 미래를 여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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