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일 "향후 통화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 미 연방준비제도(Fed) 금리인하 등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금리를 0.50%포인트(P) 긴급 인하하자 한은도 인하 행렬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한은이 오는 4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Fed는 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00~1.25%로 0.50%포인트 긴급 인하했다. Fed가 정례회의가 아닌 시점에 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Fed의 깜짝 금리인하에 이 총재가 직접 나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으며, 금리인하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역전폭이 1.00%P까지 벌어졌지만 이날 연준의 결정으로 격차가 사라졌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시장안정화 노력을 적극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일주일 전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당시와 마찬가지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이미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인 1.25%로 내려와 있고, 금리인하가 집값을 자극해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이 총재는"2월 금통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생산활동 위축은 기본적으로 보건·안전 위험에 기인한 것이므로, 금리 인하보다는 선별적인 미시적 정책수단을 우선 활용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봤다"며 2월 금리동결의 배경을 다시 한 번 짚었다.
당시 금통위는 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저금리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기존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증액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당초 이날 오전 이 총재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임시 금통위’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됐다.
한은이 3월 중 임시로 금통위 회의를 열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을 예상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원론적인 수준의 메시지를 낸 것도 이같은 기대감을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기대했던 수준에 비하면 원론적이고 교과서적인 수준의 메시지"라며 "일단 인하로 문을 열어둔 것으로 봐야 하는데 직전 금통위에서 동결을 결정했던 만큼 당황한 기색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