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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긴급명령권’ 발동...의회 제치고 연금개혁 강행
마크롱, ‘긴급명령권’ 발동...의회 제치고 연금개혁 강행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3.0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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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책 국무회의서 기습 통과 후 발표...야권 “보건위기 악용, 의회 패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연합뉴스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개편 법안을 의회 심의 없이 행정부 권한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노동계가 최장기 파업까지 벌이는 등 프랑스 노정갈등의 핵심 의제인 만큼 사회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마크롱 대통령이 대량으로 제출된 수정법안 탓에 심의가 지연된다고 지적하며, 헌법 조항에 의거해 정부의 단독 입법을 추진하기로 전날 결정했다고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야당 의원들은 무려 4만1000건에 이르는 수정안을 대거 발의했다. 집권 여당이 프랑스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법안 심의를 늦출 유일한 방법이라 판단한 것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진정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의 불가피한 결단”이라며 국회 교착 상태를 강도 높여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9일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에 따라 하원 표결 없이 연금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각료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을 총리 책임하에 의회 투표를 거치지 않고 공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의회가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결의안을 가결하면 무효로 돌아간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을 중심으로 집권한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하원 577석 가운데 300석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반대 결의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파리의 연금개편 반대 시위대가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간)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파리의 연금개편 반대 시위대가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간)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프랑스 야권은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긴급명령권 발동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정치 야권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이에 합세했다. 실제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은 연금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다음 주 거리로 나가겠다는 예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오는 15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 최근 지지율이 33%까지 떨어진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를 흔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의회를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이번 결정이 코로나19 확산 차단대책을 세우고자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기습적으로 이뤄지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극우성향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프랑스 국민이 이런 수치스러운 작전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도우파, 좌파성향 정당에서는 정부 단독 입법을 막기 위한 반대 결의안을 제출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어떤 정부가 민주주의를 약화하는 데 보건위기를 이용하느냐”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 개혁안의 핵심 중 하나인 연금개편안은 직종마다 정년과 연금 수령 연령이 상이한 42개의 연금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이다. 특정 직종 노동자에게 특혜가 돌아가지 않게 하고, 노동자의 전체 급여 기록을 근거로 연금을 산출하자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저성장·고실업 구조가 고착화되고, 연금재정 상황이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노동 유연성을 제고하고 재정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연금개편에 따라 연금총액이 감소한다며 지난해 12월부터 대규모 반대시위와 노동 부문별 총파업을 이어갔다. 가장 손해를 보게 되는 공공부문과 특수직 종사자들의 반발이 크다. 정부는 연금 수령 최소 연령을 62세로 유지하겠다지만 사실상 제대로된 연금을 받기 위한 포인트를 쌓기 위해 64세까지 일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반감과 연금개편안 반대시위가 맞물리면서 2018년 프랑스 전역에 노란 물결을 일으킨 '노란조끼 시위'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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