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2월 시중은행들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이례적으로 1조원 증가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따라 전세자금 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로 이를 충당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2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39조5901억 원으로 1월 말보다 9563억 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액이 1조원을 밑돈 것은 2018년 1월(9565억 원)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주택담보대출은 한 때 전월 대비 3조원 이상 늘었다가, 지난해 10월 3조835억원 증가한 이후 11월 2조7826억원, 12월 1조3066억원, 올해 1월 1조2557억원 등으로 증가세 둔화가 뚜렸했다.
이는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시가 9억 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축소하고,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아예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12·16 대책을 내놓았다.
또한 시가 9억 원 초과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해서 지난해 11월부터 공적 보증기관이, 올 1월부터는 민간 보증기관이 전세자금 대출의 신규보증을 해주지 않기로 했다. 보증이 없으면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으므로 전세자금 대출을 막은 셈이다.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주택 구입을 미룰 수는 있지만, 전세자금 대출로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다른 수단을 동원할 수 밖에 없어 전세자금대출을 조이면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2월 말 현재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월 말보다 1조1925억 원 늘었다. 증가액이 다른 달과 비교해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연초라는 시기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크다.
통상 연초에는 상여금, 연말정산 환급 등 여윳돈이 생겨 신용대출이 감소하는 시기다. 지난해 1월에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로 1조916억 원 감소했고, 2월에는 87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 1월에도 역시 2247억 원 줄었으나 2월에는 1조원 넘게 증가해 증가세가 강화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