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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스테이트'(Deep State)와 코로나 비상 속 한국 정치
딥 스테이트'(Deep State)와 코로나 비상 속 한국 정치
  • 정종석
  • 승인 2020.02.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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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 불과 한 달여 앞두고 감염병 재해마저 세 대결-정치싸움으로 몰아가는 현실에 개탄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딥 스테이트(Deep State)'란 국가 정책과 정치를 왜곡하고자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숨은 기득권을 뜻하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세력을 공격할 때 즐겨 쓰는 표현이다.

미국 행정부 내 '견제와 균형'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트럼프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미국 백악관이 행정부 내 반(反)트럼프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 색출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8년 3월께 기밀정보 취급 권한 논란 속에 당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 의해 해고됐다가 약 2년 만인 최근 '컴백'한 29세의 존 매켄티 전 보좌관이 총대를 멨다고 한다.

트럼프는 탄핵 굴레를 벗은 뒤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과 관련해 자신에게 불리한 언행을 한 인사들을 상대로 이른바 '피의 숙청'에 나섰다. 이런 트럼프의 반대파 솎아내기가 전 부처 및 기관을 대상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트럼프가 '완전한 내 사람'으로 여겨지는 매켄티에게 '나쁜 사람들'과 '딥 스테이트‘를 축출할 권한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20대 문고리 권력이 '완장'을 차고 트럼프 행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향해 겨눌 칼자루를 쥐게 된 셈이다.

최근 미국 행정부 내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면서 문득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의 줄거리가 생각난다. 이 영화의 주인공 로버트 클레이튼(윌스미스)이 어느 날 국회의원 살해 장면이 찍힌 비디오 테잎을 수중에 넣게 된다.

그리고 국가 정보기관에서는 음모를 감추기 위해 최첨단 카메라와 인공위성 도청 장치를 총 동원해 주인공을 위기에 빠뜨리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 존 매켄티 전 보좌관, 정부서 반(反)트럼프 성향으로 보이는 정무직들 색출 지시

이미 고인이 된 토니 스콧 감독의 1998년도 작품인 이 영화는 일찌감치 국가의 감시와 통제가 개인의 신상에 어떤 위협이 되는지를 그린다. 정부는 감청과 도청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심각한 인권유린임을 사람들은 모두 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존 매켄티 전 보좌관이 각 내각 기관의 백악관 연락책들에 전화를 걸어 전날 회의를 소집, 전 정부에 걸쳐 반(反)트럼프 성향으로 보이는 정무직들을 찾아내라고 요청했다고 해당 회의에 정통한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대적인 살생부 내지 블랙리스트 작성을 사실상 지시한 셈이다. 최근의 연쇄 인사보복에 이어 대선국면에서 전면적인 인사 태풍 내지 물갈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포스트 탄핵 국면에서 인사 보복은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지난 1974년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몰고 왔던 워터게이트 사건에는 윌리엄 마크펠트라는 내부고발자가 있었다. 당시 FBI 부국장이었다. 닉슨 대통령이 자신을 신임하고 후버 당시 국장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자기가 국장이 될 줄 알았는데, 닉슨 대통령이 다른 사람을 임명했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진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제보한 사람이 마크펠트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난지 33년이 지나서 2005년에 마크펠트가 딥 스로우트(Deep throat/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당시 그의 고발이 배신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정의감 때문이었을까를 놓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중요한 것은 정당한 내부고발로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도덕성 위기로 코너에 몰린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 시발점이 그였다는 사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 나라가 초비상 사태로 빠져든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탄핵 vs. 응원' 구도가 4월 총선을 앞둔 정국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 사태 靑 청원, 반대편 무조건 응징하는 한국판 '딥 스테이트(Deep State)' 아닌가 하는 의구심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이 시작 23일 만에 동의 인원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맞서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하룻 만에 6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진영간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4월 말 마감됐던 문 대통령 탄핵 청원 동의 수가 25만명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탄핵 청원 규모 급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와는 달리 문 대통령 응원 청원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청원 이틀 째인 이날 동의한 인원만 6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 19 사태를 보는 시각에 따라서 이처럼 양 진영 간에 세대결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흡사 염불 대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고나 할까. 피해를 입은 국민과 가족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기는 커녕 정치권은 서로의 책임공방과 총선에서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데만 여념이 없는 느낌이다.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처를 잘 했느냐는 평가는 아마도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확실히 나올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문제가 터지면 내용의 진위 여부에는 눈을 감은 채, 양 진영으로 갈리어 패싸움을 벌이는 양태가 지속돼 왔다. 지난 해 여름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보수, 진보세력 간의 첨예한 대립이 대표적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 청와대 청원에서도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작업을 외면한 채 반문과 친문 세력 간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극한대결 만을 추구하는 현실을 보면 반대편을 무조건 응징하는 한국판 '딥 스테이트(Deep State)' 현상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더욱이 4월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코로나 사태 같은 감염병 재해마저 세대결과 정치싸움으로 몰아가는 현실에 그저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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