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더이상 ‘간접 거래’로 총수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못한다
대기업, 더이상 ‘간접 거래’로 총수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못한다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2.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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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제3자 우회 통한 특수관계인 사익편취 금지...일부 심사 제외 요건 둬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앞으로 간접 거래를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도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로 취급된다. 대기업과 총수 보유 회사 간 직접 거래뿐 아니라 제3자를 낀 우회 거래도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 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해 시행한다며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해당 지침은 대기업의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편법·불법 지원을 방지하기 위해 2016년 제정된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규정 가이드라인’을 예규 형태로 재편한 것이다. 기존 간접 거래를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았던 공정거래법에 보다 구체적인 편취 기준과 예시를 더해 명시했다.

가령 금융상품을 제3자가 인수하게 한 후 별도 계약을 체결해 간접적으로 총수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 등을 전부 제재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효성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 회사의 전환사채(CB)를 총수익스와프(TRS) 형태로 제3자를 우회해 인수한 사례를 들었다.

지침의 바탕이 된 공정거래법(제23조 2)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시가총액 5조원 이상 공시 대상 기업) 계열사는 특수관계인(총수 동일인 및 친족)이 일정 지분 이상(상장 30%, 비상장 20%)을 보유한 회사에 부당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 제공 ▲합리적 고려·비교 없는 상당 규모 거래 등을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 이익을 귀속시킬 수 없는 것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의 판단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 기준은 보다 명확해졌다.

지침은 자산·상품·용역 거래의 정상가격 산정은 해당 거래와 동일 사례에서 특수 관계가 없는 독립된 주체 사이 거래 가격, 유사 사례에서 거래조건 차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한 가격 등으로 규정했다.

다만 가격 차이가 7% 미만이고, 연간 거래총액이 50억원(용역은 200억원) 미만인 거래에 한해 부당 지원 관련 심사 면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사업 기회 제공’은 이익 제공 주체 또는 객체가 지배하는 회사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유망한 사업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등의 소극적 제공 행위 역시 포함된다.

‘합리적 고려·비교’ 조항의 세부 기준도 구체화됐다. 시장조사 등을 통한 시장참여자 정보 수집, 주요 시장참여자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는 등 거래조건 비교, 합리적 사유에 따른 거래상대방 선정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실질적 경쟁입찰을 거친 거래에 대해선 합리적 고려와 비교가 이뤄진 것으로 보아 부당 이익 지원 행위로 판단하지 않는다.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을 충족시키는 경우도 부당 지원 심사에서 예외로 인정받는다.

효율성은 특수관계인 회사와의 거래가 경쟁입찰 등의 절차보다 월등히 효율적인지로 판단한다. 보안성은 ‘보안장치로 정보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지, 독립된 외부 업체와 거래 사실이 있는지’ 등을 고려한다. 긴급성은 거래 상대 선정 시 꼼꼼히 고려·비교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지를 기준으로 인정 여부를 판단한다.

또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 수출규제 관련 사항, 코로나19 사태 등과 같은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일감 몰아주기는 처벌 예외 사안으로 둔다. 경제 상황 급변, 금융위기, 천재지변, 전산 시스템 장애 등 기업 외적 요인에 따른 상황에서의 거래도 처벌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재계 일각에선 용역거래를 통한 전문성 제고를 이유로 들어 이런 일괄적 규제는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상위법인 공정거래법에 근거가 부족함에도 하위 지침으로 간접거래를 규제하는 것은 무리한 조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류용래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그동안에도 지원 객체에 이익을 귀속시키는 간접거래는 부당 지원행위로 규제해왔다”며 “법원 역시 간접거래 형식의 부당지원행위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부당성’ 판단 기준도 지침에 포함됐다. 거래로 총수 일가에 실제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다만 부당 지원 행위와 달리 공정 거래 저해성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

류 과장은 “부당성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관련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지침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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