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델타항공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 밝혔으나, 조 회장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중심으로 KCGI·반도건설 등이 맺은 ‘반(反) 조원태’ 세력(3자 연합)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나온 행보라 이목이 집중된다.
델타항공은 24일 한진칼 주식을 장내 매수해 지분율이 기존 10.00%에서 11.00%으로 높아졌다고 공시했다. 지난 20~21일 이틀에 걸쳐 추가 매입한 1% 지분은 59만1704주에 해당하며, 이로써 델타항공 보유 주식은 총 605만8751주가 됐다.
재계에선 델타항공의 추가 지분 매입이 조 회장을 지원사격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앞서 지난 20일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이 한진칼 지분 297만2017주(5.02%)를 추가 매입하면서 13.30%까지 지분율을 늘렸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로써 3자 연합의 총 지분율은 기존 32.06%에서 37.08%으로 상승했다.
3자 연합의 지분율이 조 회장 우호 지분율 34.45%를 2%p 넘게 따돌리자 델타항공이 손을 썼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항공업계에 따르면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주 델타항공 본사가 위치한 미국 애틀랜타로 건너가 조 회장 측의 지분 추가 매입 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조 회장 측 지분율이 1%p 넘게 밀리는 상황이라, 델타항공의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15%를 초과하면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며 “델타항공이 4% 정도 지분 추가 매입 여력이 있는 만큼 추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조 회장 측이 경영권 다툼에서 패배해 현 대한항공 체제가 3자 연합 세력으로 물갈이될 경우 한진칼 내 델타항공의 위치도 불안해질 수 있다는 셈법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건설과 델타항공의 이번 추가 취득 지분은 다음 달 주주총회 의결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주주명부가 이미 폐쇄된 탓이다. 상법상 오는 주총에서 유효한 의결권 지분은 지난해 12월 26일 이전에 보유한 주식에 한정된다. 유효 의결권만 놓고 보면 조 회장 측 33.45%, 3자 연합 31.98%로 조 회장 세력이 다소 앞선다.
그럼에도 양쪽이 이같은 공격적 태세로 지분율 늘리기에 나서는 것은 임시주총 등 주총 이후 벌어질 경영권 분쟁을 대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주총에서 결론이 도출되지 않으면, 지분 51%를 선점하는 쪽이 승기를 잡을 것이란 구상을 염두에 둔 것이다.
KCGI가 주총 의결권 위임 동의서를 받기 위한 소액 주주 접촉 때문에 직원 채용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3자 세력은 주총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임시주총을 열어 조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을 저지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조 회장 지원에 나선 것은 그만큼 현 경영 체제가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에 도움이 됐다는 신호를 내비친 것”이라며 “소액주주들이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양측 승부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