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더 많은 진중권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는 더 많은 진중권이 필요하다
  • 이도선
  • 승인 2020.02.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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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선 칼럼] “요즈음 진중권 때문에 살맛난다!”

주변에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주로 우파 내지 중도 쪽에서 들리지만 반대편 진영에서 동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요새는 진중권하고 △△일보만 믿는다”고 말하는 이도 봤다. 최근 들어 ‘친문(親文) 저격수’로 자리매김한 좌파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를 우파 매체와 함께 묶어 가장 믿을 만하다니.... 깜짝 놀랐다. 좌파 성향 인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진 교수는 지난해 8월 느닷없이 터진 ‘조국 사태’ 이후 단연 스타다. 친구인 조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에 그들 자녀까지 망라된 일가족의 탈법과 위선을 통렬하게 까발렸고, 그 뒤로도 거의 모든 사회 현안에 참예해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세인의 찬탄을 자아내고 있다. 오랜 동지에서 어느 날 갑자기 천적으로 돌변한 진 교수를 보는 이들에겐 더없는 눈엣가시겠지만 대중은 열광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압력이 가중될수록 ‘살아 있는 권력’에 겨눈 창을 더욱 모질게 꼬나잡는 윤석열 검찰총장 못지않은 인기다. 이름하여 ‘윤석열 현상’과 ‘진중권 신드롬’이다.

요즈음 진 교수가 하는 논평은 참으로 통쾌하다. 때로는 ‘이 사람이 그렇게 싸가지 없이 떠들던 사람이 맞나?’ 하는 의문과 함께 과거 TV나 신문을 다시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는 제대로 말했건만 필자가 미욱한 탓으로 잘못 이해했는지, 아니면 그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달라진 건지 궁금하다. 어쨌든 진 교수가 사안의 정곡을 시원하게 찔러 대는 재간을 가진 것만은 틀림없다. 어휘의 적확하고 현란한 구사는 말할 것도 없고 사통팔달 거치는 게 없는 전천후 폭격기다. 그의 말들을 모아 놓으면 어느 어록집에도 안 뒤질 게다.

그는 얼마 전 강연에서 조 전 장관을 가리켜 “어떻게 그렇게 살아 놓고 사회주의를 말할 수 있는가”라며 한동안 울먹였다고 한다. 정치가 사람을 이성이 없는 좀비, 윤리를 잃어버린 깡패로 만든다고도 했다. 참석자가 “드루킹 사건과 김경수 경남지사나 문재인 대통령이 관련 없다는 생각이 그대로냐?”라고 묻자 “아니다.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에는 조국도 깨끗하다고 애기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청와대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에 대해 “살아 있는 권력에 손을 못 대게 하는 게 문재인 정권” “그게 어디 손바닥으로 가려질 하늘이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총선 끝날 때까지 묻어두겠다는 속셈” 등등 융단폭격을 퍼부어 댄다.

거의 매일, 어떤 날은 두세 건씩 친문 때려잡는 독설이 그의 입에서, SNS에서 쏟아진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도둑이 포졸한테 윽박지르는 나라가 됐냐” “지금은 기득권을 누리는 진보가 정의의 기준을 무너뜨리려 하고 외려 보수가 정의를 회복하자고 주장한다” “서초동 집회 ‘정경심 사랑해요’는 피해자가 가해자 편드는 사이비 종교 현상” “대깨문(대가리 깨져도 문재인) 탈출은 지능순·선착순” “대중을 멍청하게 선동당하는 존재로 본다” “민주당은 빼고 찍자” “법무부가 법을 만드는 곳이라고 착각한 듯” 등등 끝도 없다. 내로라하는 친문 논객들이 대들어 봤지만 그의 강펀치에 여지없이 박살나고 죄다 꼬랑지를 내린 모양새다.

이 정도면 진 교수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100명보다 낫고 그가 진짜 제1야당이란 말이 나돌 만도 하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극좌 빨갱이’라고 했다. 적폐의 총량은 어느 정권이나 똑같다는 그의 진단은 엉터리다. 박근혜·이명박 정권의 적폐가 아무리 자심한들 어찌 문 정권과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박 정권은 최순실 하나였지만 문 정권은 도처에 최순실이 깔렸고 정권 자체가 국정 농단 세력이다. 개그맨 김제동이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같은 나꼼수와 결이 다르다며 그에게 빨갱이라고 한 이들의 사과를 요구한 것도 동의하기 힘든 대목이다. 김제동에 대한 평가도 조 전 장관처럼 얼른 바뀌길 고대한다.

지금 그를 돋보이게 하는 건 염치다. 좌든 우든 예전엔 잘못이 드러나면 반성하고 용서를 빌었지만 문 정권에선 도리어 큰소리치며 버티는 몰염치가 대유행이다. 진 교수 같은 내부고발자의 진가가 빛나는 건 바로 이럴 때다. 진 교수 홀로 외롭게 떠들 때 회계사로서 조 전 장관 부부의 불법 자금 거래 의혹을 폭로한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문 정권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명백한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못 박은 민변 권경애 변호사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그래서다.

‘내편은 무조건 무결점’ 철칙을 고수하며 조국 사태 내내 침묵하던 참여연대와 민변이 드디어 공소장 사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도 이들의 용기 덕분이라면 지나친 속단일까? 대한민국이 선진 사회로 도약하려면 진 교수 같은 이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이도선 (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전)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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