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일본은 의료 선진국이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열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은 도쿄 올림픽 개최를 6개월 앞두고 있다. 만약 그 때까지 안 잡힌다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림픽 자체를 못 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본이 잔뜩 긴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역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도쿄 인근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안에서는 신종 코로나 확진자만 61명이 나와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앞으로 더 나올 공산이 커 초긴장 상태다. 이 배에는 한국인도 14명이나 타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걱정스럽다. 크루즈선이 크기는 해도 폐쇄된 공간이라 승객들의 불안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오는 19일 이후 승객들의 하선을 검토하고 있단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라는 이름의 이 크루즈선의 탑승자는 모두 3711명이다. 이들은 적어도 19일까지 격리되며 일본에 입항이 거부된다. 이 중 감염 의심자는 273명으로, 일본 검역 당국은 수일 간에 걸쳐 이들에 대한 검사를 완료했다.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의 가토 가쓰노부 장관은 7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크루즈선 내 확진자 수가 6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일본 내 확진자 수는 총 86명으로 중국에 이어 감염자 수가 2위가 된다.
이날 추가로 밝혀진 확진자 41명 중 21명은 일본인, 8명은 미국인이다. 호주, 캐나다, 영국인도 포함됐다. 다수가 60대 이상이지만, 20~40대 환자도 있다. 크루즈 이용객 중 고령자가 많고 폐쇄 공간에서 생활해 감염 위험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3600명이 탄 홍콩 크루즈선 '월드 드림'도 선원 3명의 감염이 알려져 지난 4일 대만 입항을 거부당한 뒤 홍콩으로 돌아와 사흘째 해상 격리 중이라고 한다.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오자 일본 검역당국이 추가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확진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탑승자가 4000명 가까이 돼 일본 정부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같다. 이들을 격리 수용해야 하는데 그 만한 장소와 공간을 마련하는 게 여의치 않아 고민이 큰 듯하다. 처음 신종 코로나가 발견된 중국 우한시의 무방비 상태와 비슷하다.
아베 신조 총리도 위기다. 그는 지난 6일 직접 나서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각료회의를 소집했고, 일본으로 입항 예정이었던 또 다른 크루즈선 ‘웰스테르담’호의 입항을 거부했다. 이 배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는 승객이 약 30명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베 총리는 "승선 외국인에 대해선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입국을 거부한다"면서 "앞으로도 비슷한 사안이 발생하면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크루즈선엔 일본인 승객도 있으나 외국인 승객과 마찬가지로 입국이 불허됐다.
행복을 찾아 크루즈선에 올랐던 승객들은 무슨 날벼락인가. 배 안에서 꼼짝도 못하게 됐다. 그렇다고 배 안에만 있게 하는 것도 적절한 대처 방식이 아니다.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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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