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자동차 배출가스를 수치를 조작한 혐의를 받은 폴크스바겐이 1심에서 결국 200억원을 훌쩍 넘는 벌금을 선고받았다. 전 한국법인 사장은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2017년 1월 기소 후 3년 만이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는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위반한 자동차를 수입한 혐의(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폴크스바겐) 법인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박동훈 전 폴크스바겐 사장에게는 징역 2년, 폴크스바겐 인증 부서 담당자였던 윤 씨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들 모두 법정구속은 면했다.
재판부는 폴크스바겐 실무진 4명에게도 각각 4~8개월의 징역형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요하네스 타머 전 폴크스바겐 총괄사장은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이번 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수입해 판매하는 차량에 대한 대한민국 소비자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영업한 폴크스바겐이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이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또 “폴크스바겐은 다른 회사에 비해 배출가스 조작 정도가 중하지 않다지만, 친환경 콘셉트를 믿고 국내차보다 높은 비용을 주고 수입차를 구매한 소비자의 신뢰를 고려할 때, 배출가스 초과 정도가 (양형에) 반드시 유리한 요소는 아니다”라고 선고 배경을 밝혔다.
박 전 사장에 대해서도 “규제 관계 법령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변명으로 일관하며 다른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2016년 환경부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이 1년여 간 수사해 2017년 1월 재판에 넘겼다.
수사 결과, 폴크스바겐은 2008~2015년 유해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조작해 유로5 기준 폴크스바겐·아우디 경유차 15종을 12만대가량 독일에서 수입해 판매했다.
전자제어장치를 조정해 인증시험 때만 배출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또 2010~2015년 149건의 배출가스 및 소음 시험서류를 위조하고, 관련 부품을 변경한 뒤 인증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4만1000여대를 수입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폴크스바겐이 카탈로그에 친환경 관련 성능 및 이미지를 허위·과장해 광고한 혐의로도 기소했다.
이같은 혐의 대부분은 유죄로 판단됐다. 다만 폴크스바겐 한국법인이 2015~2017년 유로6 기준을 적용해 경유차 600여대를 수입한 혐의 등 일부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요하네스 타머, 트레버 힐 전 총괄사장도 기소된 상태지만, 이들은 독일로 출국해 장기간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타머 전 사장에 대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