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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뭐했나?..."DLF 사태, CEO만 때리는 구태" 금융당국 책임론
금감원은 뭐했나?..."DLF 사태, CEO만 때리는 구태" 금융당국 책임론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1.3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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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금감원, 은행 관리감독 제대로 못해...이번 사태에 은행만 짐 지우는 것은 불합리해"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DLF 판매은행들에게 중징계 처벌을 내린 가운데 감독실패에 대한 당국 책임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은행의 문제를 알고도 대처가 미흡했던 금융감독원에 대한 책임추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DLF 사태 이후 금융위, 금감원은 자체적으로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은성수 위원장과, 윤석헌 원장이 언론을 향해 "송구하다"고 말한 게 사실상 전부다. 두 수장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다, 연말 연초 인사에서도 DLF 관련 임직원에 대한 조치는 없었다.

금감원은 전날 3차 DLF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 문책경고를 부과했다. 나머지 임직원들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31일 관련당국에 따르면 매번 문제가 터지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묻는 전형적인 한국식 징계 관행을 이번에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감독당국인 금감원은 'DLF 사태'에 책임이 없느냐는 '금감원 책임론'도 팽배하다.

특히 과도한 CEO 책임 전가 관행이라는 대한민국의 고질병은 이번에도 여실히 모습을 드러냈다. 금감원은 지난 2009년 9월 황영기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의 투자 손실을 이유로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황 회장에 대한 징계를 놓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빗발쳤지만 금감원은 징계를 강행했다. 이후 황 회장은 중징계 관련 취하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금감원은 체면을 구겼다.

우리은행 노조 역시 이를 지적한다. 우리은행 노조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은행 임원에 대해 모호한 법정 제재 근거를 들어 중징계를 하려는 것은 명백한 금융당국의 책임 회피성 권한 남용 행위"라고 규정했다. 노조는 "DLF 사태는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시행하고 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의 제재심 결과 가운데 경영진 징계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결재로 확정되며 기관 중징계와 과태료 부과는 증선위 심의 및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제재심 결과대로 실제 징계가 이뤄질 경우 손 회장의 연임과 함 부회장의 차기 회장 도전은 어려워진다. 3~5년 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데 따른 결과다. 또한 두 은행은 일부 영업정지로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금감원, 문제 터지면 최고 책임자에 모든 책임 제기...중징계 결정에 법적 근거 미비 지적 불가피

그렇다면 은행장 징계만으로 DLF 사태가 수그러들지가 관건이다.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에 대해 불완전 판매가 드러난 만큼 1차적 책임은 은행이다. 하지만 금융당국 역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사실상 DLF 사태를 초래했고, 금융감독원은 은행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해 DLF 사태를 키웠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7월 라임운용의 수익률 조작 의혹이 불거진데 대해 금감원은 “향후 필요하면 검사에 나설 것”이라며 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해 10월 6200억 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을 때까지도 금감원은 수익률 조작 등 라임운용의 위법행위 의혹 등을 감지하지 못한 채, “공정한 수익 배분 위한 환매중단”이라며 일축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라임운용이 유동성 리스크 부분에서 실수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1월 검찰 수사를 받던 라임운용 부사장이 잠적하고, 연말에는 라임운용이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가 폰지 사기에 연루돼 자산이 동결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은 지난해 11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와 금감원, 고용노동부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것이다.

이들은 "저축은행 사태, 키코(KIKO) 사태, 동양증권 사태 등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금융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투기적 금융파생상품 판매와 관련한 감독 부실과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과도한 CEO 처벌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혁신성장과도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CEO들의 보신주의를 더욱 강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수많은 상품들 가운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CEO들을 처벌한다면 혁신적인 기업운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금감원은 DLF 사태에서 은행에 대한 관리감독이라는 본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제재 결정 이전부터 과도하다는 우려에도 결국 CEO 때리기를 강행한 것은 책임 회피를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은행 뿐 아니라 금융위, 금감원 역시 책임이 없지 않다"며 "이번 사태에 은행만 짐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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