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하다. 민주당이 영입한 청년이 미투에 휘말렸다. 너무 적나라하다. 민주당은 크게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봉주 전 의원 사건으로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 또 미투라니.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결론이 나올 듯하다. 보고말 것도 없다. 당장 영입을 최소하는 게 옳다.
미투 사건은 피해자가 일부러 지어내지는 않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피해자의 주장이 맞다. 안희정은 바로 인정했고, 정봉주도 발뺌하다가 호텔 영수증을 확인한 뒤 고개를 숙였다. 원종건(27) 씨도 모르겠다. 아니라고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주워 담는다고 깨끗한 물이 되지 않는다.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원씨는 영입인사 2호로 민주당에 들어왔다. 원 씨는 14년 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의 이야기로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이남자'(20대 남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3일에는 영입 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논란은 원씨의 옛 여자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가 27일 인터넷 사이트에 원씨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는 글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자신의 폭로를 뒷받침할 증거라며 폭행 피해 사진, 카카오톡 대화 캡처 등을 제시했다.
이날 오후 한 인터넷 카페엔 ‘느낌표 <눈을 떠요>에 출연했던 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의 실체를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100% 사실만을 담았다”면서 “원종건은 여자친구였던 저를 지속적으로 성노리개 취급해왔고, 여혐(여성 혐오)과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가하는 정서적 학대)으로 저를 괴롭혀 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라며 자신의 하반신에 멍이 든 사진 4장과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 1장을 올렸다. '종건'이라는 이름의 상대와 대화한 내용이었다. 그는 원씨가 자신과의 성관계 영상을 강제로 촬영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법조계 관계자는 “작성자 주장이 사실이라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과 폭행 혐의 등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관련 게시글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인재영입위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고 28일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원씨와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이로 미루어 보더라도 사실일 공산이 크다. 원씨가 잠적한 듯 하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영입경쟁만 벌였지, 이런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미투당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차제에 다른 후보들도 흠결이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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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