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타기 위해 직장 그만둔다고?...망가진 고용보험 운용
실업급여 타기 위해 직장 그만둔다고?...망가진 고용보험 운용
  • 권의종
  • 승인 2020.01.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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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축소와 재원 조성 못지 않게 중요한 제도 운영... 고용보험기금 정밀 안전진단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새해 들어 실업급여 행렬이 길다. 전국 110곳 고용센터가 연말 퇴직자로 붐빈다. 매년 1월이면 반복되는 정경이다. 두 시간짜리 설명회를 들어야 실업급여를 받는다. 늦으면 자리가 없어 돌아가야 한다. 각기 사연은 달라도 딱한 사정은 똑같다. 실업급여를 처음 신청한 60대는 “아이가 대학생이라 뭐든 해야 한다”며 조바심한다. 직장 잃은 경비원 출신의 초로(初老)는 “당장 먹고 살 돈이 없어 왔다”고 하소연한다.

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지급되는 실업급여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8조원을 넘겼다. 정확히 8조913억원이다. 한해 전 6조4549억원보다 25.4% 늘었다. 2020년에도 9조5158억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실제 지급은 10조원을 넘을 거라는 예상이다.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144만명에 이른다. 한해 전 132만명보다 9% 늘었다. 예년에는 120만명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신규 신청자만도 9만6000명이다. 전년 같은 달보다 15.7% 많았다. 작년 9월 7만1000명이던 게 10월 8만3000명, 11월 8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2019년 10월부터 실업급여 혜택이 커졌다. 실업급여 지급액을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아졌다. 지급기간이 240일에서 270일로 늘었다. 최대 지급한도가 1584만원에서 1782만원으로 올랐다.

고용시장 악화가 직접적 원인이다. 실업자가 2018년 1월부터 작년 10월까지 22개월간 6개월을 빼고 100만명을 웃돌았다. 연령대로는 30·40대, 업종별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18~2019년 2년간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른 게 일자리를 줄이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늘어선 실업급여 행렬 속 고용보험 재정 빨간불...지난 해 8조, 올해 10조 넘어설 듯

경제낙관론이 여전하다. 고용의 양과 질 공히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통계청은 2019년 연간 취업자는 2712만명으로 1년 전보다 30만1000명, 1.1% 증가를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율도 전년보다 0.2% 오른 66.8%를 기록,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8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실업자가 4000명 줄었고, 실업률도 감소한 사실까지 덧붙였다. 

실업급여액이 오른 것은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면서 그만큼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과 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정부 측 설명이다. 실업급여 증가 원인이 실업자가 늘어서가 아니라 고용보험 가입이 늘어서라는 주장이다. 진상을 호도한다. 2019년 12월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 대비 3.7% 증가한 반면, 실업급여 신청자는 13.5% 늘었다. 취업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보다 실직해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증가폭이 훨씬 큰 사실을 흐지부지 덮으려는 듯하다.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정부가 주 15시간미만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요건을 완화하고,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조건 중 하나로 고용보험 가입을 내걸었다. 그러자 실업급여가 재취업을 돕는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수반, 실업급여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 측면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예산 소요가 끝이 없다. 2019년만 해도 당초 실업급여 예산은 7조1828억원이었다. 실업급여 신청이 늘자 8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3714억원의 예산을 긴급히 추가 편성했다. 그러고도 모자랄 것 같아지자 9월과 11월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에서 7899억원의 예비비를 돌려 실업급여 자금으로 투입했다. 연말까지 간신히 수요를 맞출 수 있었다.

일자리 늘리려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어야...세금으로 일자리 늘려보아야 한계

고용보험기금이 마르고 있다. 2013~2017년 5년 연속 흑자였던 실업급여 계정은 2018년 275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국회예산처는 2024년이면 실업급여 계정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산한다.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자 2019년 10월 노사가 함께 내는 고용보험료 요율을 2013년 7월 이후 6년 3개월 만에 기존 1.3%에서 1.6%로 0.3%포인트 올린 바 있다. 고용시장 부진에 따른 실직자 지원 부담을 근로자와 기업이 나눠진 것이다.

실업급여를 줄이려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정부가 싫은 소리 들어가며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봤댔자 한계가 분명하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말처럼 쉽지 않다. 국내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이 작은 외국으로 사업장을 옮기는 탈(脫)한국 현상이나, 최근의 '타다' 논란을 보면 잘 될 것 같지 않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험해 보인다.

제도 악용까지 횡행한다. 실업급여를 타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산견된다. 다니던  직장을 돌연 사직하고 구직급여를 받고 지내다가 다시 일자리를 찾는 경우를 말한다.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의원면직임에도 회사에는 명퇴 처리를 요구한다. 사업주는 안 되는 줄 알지만 자기 돈 주는 게 아닌지라 거절하기 힘들다. 헤어지는 마당이 굳이 관계까지 나쁘게 해 회사 잘못을 들춰 고발이라고 하면 여간 큰 낭패가 아니다.

털어 먼지 안 나는 곳 없다. 좋은 게 좋은 것일 수 있다. 인지상정으로 축나는 건 고용보험기금이다. 재원을 아무리 많이 확보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된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소진이 빠른 고용보험기금이 남아나기 힘들다.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다. 실업을 줄이고 기금을 조성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엄정한 운영이다. 열 사람이 도둑하나 못 막는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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