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코, 일감몰아주기 의혹...모친 회사 거래액 첫 해보다 8배 증가·감사임원 소유 회사도 거래
[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국내 해충 방제업계 1위 업체 세스코(대표이사 사장 전찬혁)가 퇴직한 직원과 그의 가족 동향까지 감시,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스코는 이전에도 노조파괴 공작 의혹과 함께 일감몰아주기 등 내부거래가 상식 수준을 넘어서 빈축을 산 바 있다. 전찬혁 사장의 모친 기업과 친형 기업 등 오너 일가는 물론 자신의 친구 기업에 이르기까지, 일감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MBC는 13일 세스코가 퇴직한 직원을 미행하고 감시한 사찰보고서 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다. 문건 작성자는 세스코 시장조사팀으로 감시 대상으로 기록된 대상은 58명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세스코의 전직 직원들이다.
사찰 보고서에는 세스코 퇴직자의 성명과 주민번호, 주소와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심지어 퇴직자의 일거수 일투족은 물론 그 가족들의 동향까지도 남겨져 있다.
사찰 보고서에는 지극히 사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점심으로 중국요리를 먹었다는 활동까지 낱낱이 기록됐다. '유리창에 이슬이 맺힌 걸로 봐서 차량이 어제부터 주차돼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또한 직원들의 움직임을 1분 단위로 사진 촬영을 해 보고했다.
감시자들은 반복된 감시 활동에 꼬리를 밟힌 적도 수차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은 감시 대상자의 개인 우편물 내용을 촬영해 보고하기까지 했다.
전문가들, "세스코의 감시 미행 자체가 범죄 행위...인권 유린에 해당해 엄정한 조사가 필요" 지적
이에 대해 세스코 측은 MBC에 "사내에 '시장조사팀'이라는 조직은 없으며, 따라서 사찰 보고서가 작성될 일도 없다"면서 사찰과 사찰팀의 존재 자체를 모두 부정했지만 MBC는 세스코의 담당 부장이 사내 메일을 통해 사찰보고서를 임원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헌법상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소지가 적지 않다"면서 "특정 개인의 동행 조사는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밀했다.
한편 최근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세스코는 지난 2018년 매출 2500억원을 넘어서며 국내 해충 방제업계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세스코의 설립자는 전순표 회장이다. 업계에서 그는 기존에 없던 사업 분야를 신규로 개척한 입지전적 인물로 회자된다. 세스코의 후계구도는 일찌감치 차남인 전찬혁 사장으로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는 시선이 많았다. 지난 2002년 세스코의 공동대표로 취임한 후 약 14년간 세스코의 경영 전반을 맡아 왔기 때문이다. 15년 가까이 세스코의 경영을 이끈 전 사장에게 자연스럽게 경영권이 넘어가지 않겠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전찬혁 대표이사는 3D로 여겨지던 방제산업을 신뢰 주는 서비스업으로 '재 포지셔닝' 했다. 세스코는 인공지능 무인·자동화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 창립 40여년 만에 매출 2300억 원을 웃도는 알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직원들 일거수일투족까지 감시하는 건 너무하다”, “전찬혁 사장의 성과주의가 도를 넘은 것 같다”
그러나 세스코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씁쓸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몇해 전 매일노동뉴스는 세스코가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지부장에게 금전을 제공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한 정황을 파악해 보도했다.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세스코지부는 “사측이 노조설립 주동자 고영민 지부장에게 퇴직할 경우 위로금 2억5000만~3억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협상안을 문건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매체에 따르면 고영민 지부장은 “노조설립을 추진하던 지난해 2월 서울에서 근무하던 인사팀 직원이 보름 정도 우리 집이 있는 창원에 상주하면서 나를 따라다니며 노조설립 추진을 중단하라고 회유했다”고 말했다.
세스코가 노동자를 압박한 사례는 또 있다. 세스코지부는 재작년 “세스코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현장직원 위치를 실시간 감시하려 한다”며 “워크숍에서 지사장들에게 '위치정보 수집활용 동의서 동의율에 따라 지사장을 평가하겠다'며 노노 갈등을 자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스코는 “회사 자산 보호와 근무관리 감독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세스코가 지난해 사무실 내 CCTV를 추가로 설치, 내근직 노조지부장 자리를 감시한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는 만큼 사측 입장을 이해하는 여론은 많지 않아 보인다.
전찬혁 세스코 대표이사는 대학 시절 쥐와 바퀴벌레를 잡는 요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경영에 참여한 1990년대 후반부터는 통찰력과 리더십으로 승승장구를 달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그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엇갈린다. 일각에서 “직원들 일거수일투족까지 감시하는 건 너무하다”, “전찬혁 사장의 성과주의가 도를 넘은 것 같다”는 볼멘소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세스코 행보는 직원과 근로자를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해충처럼 때려잡아야 할 존재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전찬혁 사장의 세스코가 고생해 쌓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