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위기...여객기 격추로 대미 공격 명분 잃어
이란의 위기...여객기 격추로 대미 공격 명분 잃어
  • 오풍연
  • 승인 2020.01.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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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내 미국에 대한 추가 군사 행동 감행 땐 이란에 대한 국제 여론은 더 악화할 수도

[오풍연 칼럼] 이란 혁명수비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시킨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이란이 결국 격추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처음부터 그 같은 의심을 샀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증거를 들이대며 격추를 압박했다. 이란의 대미 공격도 명분을 잃게 됐다. 국제 여론은 이란에 부정적이다. 이란의 만행을 규탄하고 있다.

이란 군합동참모본부는 11일 성명에서 "사고기(우크라이나 여객기)는 테헤란 외곽의 민감한 군사 지역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면서 "미국의 모험주의가 일으킨 위기 상황에서 이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당했다"고 밝혔다. 격추 사건은 이란이 지난 8일 이라크내 미군 기지를 공격한 날 일어났다.

이 발표 직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트위터에 "이란은 참혹한 실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참극이다"라고 애도를 표시했다. 테헤란발 키예프행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8일 오전 6시 12분쯤 테헤란 외곽 이맘호메이니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모두 사망했다. 이륙한지 2분 만이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우주군 사령관은 방공미사일 시스템 작동자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미국의 순항미사일로 착각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동자는 사령부와의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상부의 지시를 받을 수 없어 스스로 미사일 발사 결정을 내렸으며, 단 10초 안에 미사일을 발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긴박한 순간에 '나쁜 선택'을 하고 말았다고 우주군 사령관은 해명했다.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은 이날 "전시나 다름없는 최고 수위의 경계태세였던 상황에서 적(미국)이 테헤란을 향해 발사한 크루즈미사일로 오인했다"면서 "여객기 격추 소식을 들었을 때 죽고 싶었다. 나의 목은 머리카락보다 가늘어졌다. 모든 처분을 달게 받겠다"라고 책임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통렬히 반성했다. 이란 측도 이 사안을 매우 엄중한 위기로 받아들인다는 방증이다.

혁명수비대는 9일 미군 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본격적 공격의 서막이라면서 중동 내 미군이 철수할 때까지 추가로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여객기 격추로 반미 항쟁을 주도해야 하는 혁명수비대의 위상과 활동이 당분간 제한될 전망이다. 혁명수비내는 지난 79년 창설됐다. 창설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대규모 물갈이 인사와 체계 개조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런 약점을 만회하고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중동 내 미국에 대한 추가 군사 행동을 감행한다면 이란에 대한 국제 여론은 더 악화할 공산도 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철저한 조사와 함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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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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