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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보다 못한 자영업 사장...헛도는 정부의 지원책
월급쟁이보다 못한 자영업 사장...헛도는 정부의 지원책
  • 권의종
  • 승인 2020.01.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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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폐업한 자영업자 58만곳...재화와 서비스가 혈맥 따라 원활히 흐를 때 경제가 건강해져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자영업이 위태롭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저 감으로 한번 해보는 소리가 아니다. 자료가 실증한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만도 58만 곳이 넘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서도 심각성이 쉽게 감지된다. 국내 가계의 사업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2019년 3분기 중 중산층에 머물던 자영업자들이 대거 소득 하위 20%, 즉 1분위 계층으로 추락했다.

반면 1분위에 머물던 근로소득자의 상당수는 정부의 일자리 사업 등 덕에 2, 3분위 계층으로  올라섰다. 올해 시행된 기초연금 인상, 근로·자녀장려금 제도 확대 개편에 따른 이전소득 증가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월급쟁이보다 돈 못 버는 가게 사장이 많아지는 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으나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지는 몰랐다.

자영업의 고통은 필설로는 다 표현하기 어렵다. 과당 경쟁과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부진이 절박하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공실 점포가 시나브로 늘고 있다. 영업하는 게 도리어 손해라서 문을 닫아야 하는 사업주가 늘고 있다. 권리금을 포기하고 정리하는 가게가 한 둘이 아니다. 권리금 없는 '무권리 매물'이 도처에 나돌고 있다. 폐업 안내문을 내걸고 마지막 세일에 나서는 정경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 자영업이 은퇴자의 무덤이 되고 있다.

어렵다 보니 수도 줄고 있다. 2013년 579만7천 명이던 자영업자가 지난해 566만 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0%에서 24.8%로 떨어졌다. 예금보험공사가 국세청 통계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는 충격이다. 폐업 자영업자 중에서 사업 존속기간이 3년 미만인 비중이 2015년 53.3%에서 58.4%까지 늘었다. 자영업자 3명 중 2명꼴로 창업 후 3년을 못 넘긴 채 사업을 접고 있는 셈이다.

과당 경쟁, 경기 침체로 자영업 불황 갈수록 심화...대출 통해 연명하는 자영업자 많아져

부채상환 능력도 끝없이 추락한다. 대출을 통해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많아지고 있다.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비정상적 패턴이 집단화·일상화되고 있다. 국내 16개 은행의 2019년 6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이 327조 원에 이른다. 반년 전에 비해 3.6% 높아졌다. 총 대출증가율 2.5%를 넘어선 수준이다. 자금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생계형 업종이 몰려있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을 중심으로 대출금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시중은행 4곳의 도·소매업 연체율이 2018년 말 0.32%에서 지난해 3분기 말 0.36%까지 뛰어 올랐다. 시중금리가 낮아지고 있고 있는데도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우량 차주들마저 대출금 상환이 힘겨워지고 있음을 뜻한다. 너나없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런데 주어진 시간마저 부족하다. 장고(長考)는 다급한 사안에서 뾰족한 수가 못된다. 긴급한 난제일수록 쉽고 빠른 방도를 찾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현행 우리의 자영업 지원제도가 다양하고 쓸 만하다. 교육, 컨설팅, 정보제공, 정책자금, 신용보증 등이 즐비하다. 예비창업부터 창업, 성장과 성숙, 폐업에 이르는 단계별 지원책이 망라되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책이 백 가지가 넘는다. 지방정부와 유관기관의 제도까지 합치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되레 가짓수가 많다 보니 내용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오죽했으면 자영업 제도는 “오직 신(神)만이 알 뿐”이라는 말까지 회자되었을까. 몰라서 못 쓰는 경우가 다반사다. 집안에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있는데 문 밖에는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격이다.

방대한 자영업 지원책은 탁상행정의 전형... 되레 가짓수 많다보니 내용 아는 사람 드물어

상권정보시스템이 대표적 사례일 수 있다. 지역·업종별 창·폐업, 인구, 집객시설 등 53종의 상권 현황과 경쟁 정도, 입지등급, 수익성 등 자영업에 유용한 분석정보를 제공한다. 준비된 창업을 유도하고 경영안정을 도모하려는 정책 목적에서다. 개인입장에서는 발품을 팔아도 접하기 힘든 유용한 정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운용되는 이런 제도가 널리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 책임이 크다.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다들 알아서 이용할 거라는 지레짐작이 큰 오산이다.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관(官)이 직접 나서 민(民)에게 알리는 게 도리다. 활용이 낮은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부족함과 불만한 요인을 찾아내 고치는 게 당연하다. 문턱이 놓으면 깎고, 장애가 생기면 뚫고, 효과가 떨어지면 가치를 더해야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미세한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제로페이가 반면교사일 수 있다. 서울시가 제도 활성화를 위해 150억 원을 투입했다. 지난 1년간 누적결제액이 51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애초 목표치의 0.6%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이다. 그나마도 공무원의 복지 포인트와 업무추진비 실적이 3분의 1을 넘고 있다. 소비자 불편이 크고 사용자 실익이 별무한데서 오는 필연적 귀결이다. 결제수수료율이 0%대라서가 아니라, 이용률이 0% 수준이라 제로페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에 귀가 따갑다.

자영업은 경제의 모세혈관. 동맥과 정맥을 잇고 조직 속에 그물 모양으로 퍼져있는 실핏줄과 같다. 재화와 서비스가 자영업의 혈맥을 따라 막힘없이 흐를 때 경제시스템이 선순환 된다. 혈관이 튼튼해야 피가 잘 돌 듯, 자영업이 건강해야 경제 흐름이 순탄해진다. 꿀통에 빠진 벌은 단맛을 모르는 법. 새로 정책 만들라 말고 있는 제도만 잘 활용해도 자영업 살리기에 상당한 효험을 볼 수 있다. 새것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손에 익은 연장이 쓰기도 쉽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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