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신(神)이다
시장은 신(神)이다
  • 장태평
  • 승인 2020.01.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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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칼럼]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했건만 오히려 폭등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계속해서 ‘때려잡겠다’고 대책을 남발하고 있으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문 정부 들어 최근까지 44%가 올랐다고 한다. 대통령과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 고위직들의 집값은 3년 새 평균 3억 원이 증가했고, 10억 원이 넘는 대박을 맞은 사람도 있어서 그런 허언을 무색하게 한다.

서민들의 불만이 무서웠는지 부랴부랴 18번째 부동산 종합대책을 쏘아 올렸다. 이번 대책은 내용도 핵탄두급이고, 분위기도 옥쇄를 각오한 듯 장엄했다. 집이 두 채 이상 있는 실세들과 고위 관료들은 한 채 이외에는 다 팔자고 했으니까.

이번 대책을 보면, 특정 지역의 주택 가격이 9억 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담보비율을 20%만 인정하기로 했다. 현행은 40%다. 15억 원이 넘으면 아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것저것 동원된 다른 금융 규제들도 결코 작은 것들이 아니다. 그리고 금년에 크게 인상한 종합부동산세도 지금보다 최고 3배까지 더 올리겠다고 한다. 참 대단하다.

정책 추진자들은 이제 집값이 이 융단폭격에 굴복하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떤 여당 유력자는 “부동산은 시장에 맡기면 난장판이 된다”며 정부의 의지를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 발 더 나아가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은 지난 보수 정부 탓”이라는 핑계를 빠뜨리지 않았다.

선진국들은 부동산을 시장에 맡기고 있는데도 가격 폭등으로 국력을 소모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장을 신(神)처럼 모신다. 그래서 신이 보낸 ‘보이지 않는 천사’들이 질서를 지켜 준다. 그들은 시장을 거역하면 그에 상당한 응징을 받고, 크게 배신하면 파멸도 따른다는 것을 알고 시장에 순응한다. 그것이 선진국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정부의 실세들이 시장을 두려워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새 정부 들어서 시장을 거역한 많은 정책이 결국은 시장의 분노에 시달리고 있으나 실세들은 아직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국가경제가 파국 직전에 왔는데도 말이다.

원전 포기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막대한 적자, 해외 원전 수출 타격, 세계 제일이던 우리 원전산업의 자멸을 초래했다. 그리고 앞으로 전기료 대폭 인상이 불가피해져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에 큰 부담요인이 될 것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노동시간의 급격한 단축은 소상공인의 몰락, 중소기업과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일자리 축소 및 청년실업 증가를 야기했다. 사립 유치원 법인화와 특목고 및 자사고 폐지 등 무지한 교육제도 개편은 교육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배신당한 시장이 교육 백년대계를 파멸시킬지도 모른다. 이번 정부는 이런 시장에 대한 배신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시장의 노여움에 기름을 붓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불만을 해결하려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막대한 재앙을 자초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마치 1,500년이 넘은 불상 유적을 파괴하던 탈레반의 맹신을 보는 것 같다. 이제 후예들은 그 잔해들에 눈물을 흘리며 불상 복원 작업에 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부동산 대책도 너무나 반(反)시장적이어서 시장과 국민의 노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벌써 어떤 시민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평등권, 행복추구권과 경제상 자유와 창의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동감이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서 결정된다. 세제나 금융 규제는 부수적인 보완 수단일 뿐이다. 세제는 국가재정의 전체적인 체계 속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부동산에만 지나치게 과잉 징세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경제구조를 왜곡시킨다.

예를 들어, 전체 국민이 일반적으로 가진 부동산이 왜 부유층이 더 많이 소유한 금융자산 등 다른 자산보다 세금을 더 과도하게 부담해야 하는가. 유독 부동산에만 불이익을 준다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금융도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경제의 기본구조로서 전체 체계가 있다. 그리고 금융회사는 민간 주식회사다. 정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정부기관이 아니다. 그동안 관치금융의 폐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 세제 및 금융 제도가 누더기가 되고 있다. 일시적인 주택 가격 급등에 대처하느라 더 큰 몸통인 근본구조를 망가뜨리는 처사다.

이번 정부는 부자, 대기업,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더 징수하여 모두가 골고루 배분받는 것을 평등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것은 소극적 균형이다. 전체를 키우는 적극적 균형이 필요하다. 그것이 발전이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국가들도 최근에 이런 발전을 위해 개방과 개혁을 추진한 덕분에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뒤늦게 경제와 국가 운영의 원리를 터득하고, 시장의 신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실세들 중 중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마오쩌둥의 이념 철학보다 덩샤오핑의 발전 철학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중국 사람들처럼. 사회주의자들도 정치가 어떤 이념이건 ‘국민이 잘 살고 국가가 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 왕도(王道)가 시장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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