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세자녀, 찰스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읽어라
한진그룹 세자녀, 찰스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읽어라
  • 정종석
  • 승인 2019.12.2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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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스크루지처럼 자신의 과거·현재·미래 모습 한번씩 돌아봐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주인공 스크루지는 자린고비 구두쇠로서 인정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수전노이다. 굽은 매부리코, 우그러든 뺨, 뻣뻣한 걸음걸이, 충혈된 눈, 얄팍한 입술, 그리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를 가진, 생김새부터 인색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거지들도 스크루지에게는 동전 한 닢 구걸하지 않고, 맹인의 안내견조차 스크루지만 보면 주인을 후미진 길로 인도한다.

그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함께 사업을 하다가, 7년 전에 죽은 사나이(말리)의 유령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을 돌아 보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스크루지는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 얼마나 베풀지 못하고 살아 왔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1843년 영국의 작가 찰스디킨스가 발표한 중편소설 크리스마스캐럴(A Christmas Carol)은 이같은 줄거리로 구성돼 있다. 집필 당시 디킨스는 다섯 번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많은 빚으로 가계가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그는 이 소설을 집필할 당시 '울다 웃다, 다시 울었고, 모두가 잠자리에 들었을 한 밤 중에 캄캄한 런던 거리를 20~30km쯤 걸어 다닐 정도로 흥분한 상태로 글을 써나갔다'고 밝혔다. 작가의 경제적 고난, 영국의 사회적 분위기가 결합돼 세계적인 소설이 탄생한 것이다.

한국 재벌가, 재산 상속을 둘러싸고 부자-형제간, 시숙 간, 숙질 간에 피 튀기는 싸움

우리나라에서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거의 모든 재벌가가 재산상속을 둘러싸고 부자간, 형제간 어떤 경우에는 시숙 간, 숙질 간에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다.

지긋지긋한 재벌가 재산싸움은 마치 먹고 먹히는 동물의 왕국이나 다름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표적인 경영권 분쟁은 현대가에서 먼저 일어났다. 지난 2000년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정몽구와 정몽헌은 그룹 패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한국언론은 이를 두고 '왕자의 난'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결국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두 아들을 불러 '3 부자 퇴진'까지 선언했다. 하지만 장자 정몽구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현대자동차를 그룹에서 떼어내 독립했다.

그 뒤 정몽헌 회장이 투신자살하면서 현대그룹을 맡은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놓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시숙(媤叔)의 난'을 벌였다. 현대건설 인수전 때는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회장과 한판싸움을 벌였다.

한 때 '형제경영'의 모범을 보였던 두산그룹도 창업 109주년인 지난 2005년 박용성 회장의 취임을 두고 전임 박용오 회장이 반발하면서 두산판 '형제의 난'을 불러왔다. 결국에는 비자금 조성내용을 검찰에 투서하는 등 막장 싸움으로 번졌다.

'재산' 앞에선 물어뜯고 서로가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하는 이전투구 양상이었다. 결국 박용오 전 회장이 집안에서 제명됐고, 이후 2009년 자살로 생을 비극적으로 마감했다.

재벌가에서 형제가 원수라는 말은 ‘돈이 원수’란 말과 상통...결국 탐욕의 노예로 전락

SK그룹은 이혼전이 부부간 재산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이슈가 사실상 재산 분할 소송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 회장과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아내 노 관장이 최근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그동안 노 관장은 이혼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SK 최회장 부부의 이혼소송은 단순히 재산다툼을 넘어서서 경영권분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생을 일만 하며 자수성가를 했거나 선대로부터 막대한 부를 불려받은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의 말년은 대체로 불행한 편이다. 특히 대기업 그룹의 오너가 나이가 들면서도 재산 교통정리를 하지 않거나 독야청청 그룹 지배권 행사를 즐기는 사이 형제 또는 남매의 난이 벌어진다.

‘나이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도 총수가 자신도 모르게 판단력이 흐려지는 사이, 이미 나이가 들대로 든 자녀들이 재산 정리를 기다리다 지쳐 부모 앞에서 알게모르게 재산싸움을 시작한다.

부모와 자식이 다투고 형제자매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는 모습은 재벌들의 일상처럼 돼버렸다. 오죽하면 ‘권력은 측근이 원수이고, 재벌은 형제가 원수’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재벌가에서 형제가 원수라는 말은 ‘돈이 원수’란 말과 상통한다. 하지만 과연 돈이 원수일까. 돈독이 올라서 돈 만을 쫓다 보면 결과적으로 탐욕의 노예가 된다. 하지만 돈을 절제하고 잘 베풀게 되면 세상으로부터 존경받는 기업가로 탄생하게 된다.

재벌들, 총수 개인 아닌 조직 힘으로 시스템경영 하되 적기에 기업 지배구조 정리해야

권선징악이라는 교훈적 메시지로 소설 ‘크리스마스캐럴’은 지금도 아이들에게 곧잘 들려주는 이야기다. 나아가 크리스마스 본연의 의미, ‘베품’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현재까지도 흔히 ‘크리스마스 철학’으로 일컬어진다.

또한 소설에는 산업혁명 후 19세기 영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빈자들의 애환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소설 발표 후 당시 영국 사회에서 빈번히 발생하던 미성년자의 학대, 재판의 비합리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 개선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크리스마스를 지나서 새해 불과 며칠 밖에 남기지 않고 있는데도 정치를 비롯해서 경제,사회, 노동분야 등 도처에서 대립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재벌들은 이제라도 총수 개인 아닌 조직의 힘으로 기업의 시스템경영을 해나가야 한다. 수많은 기업과 그에 따른 소유권의 분배에 대해 창업주들은 장성한 자녀들을 어릴 적처럼 말 잘 듣는 아이들인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다가 적기에 기업 지배구조 정리를 하지 않고 시기를 놓쳐 자녀들이 재산싸움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기업의 대외 이미지와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국민경제에 화를 입히고 만다.

한진그룹의 말썽많은 세 자녀들은 어릴 적 보았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슬 캐럴을 다시 읽어보고 자세를 가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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