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23:30 (토)
또 시작되는 DLF 악몽?…이번엔 이태리 국채펀드 손실위험 고조
또 시작되는 DLF 악몽?…이번엔 이태리 국채펀드 손실위험 고조
  • 박은경 기자
  • 승인 2019.12.23 16:31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B자산운용 “약속한 쿠폰 지급 문제없이 만기 이후에도 지급…KB증권과 모니터링 중”
ⓒ연합뉴스

[금융소비자뉴스 박은경 기자]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촉발했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을 거치며 일단락되고 있으나  일각에서 이탈리아 연계 정부채로 인해 DLS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탈리아 건강보험료 매출채권을 유동화한 펀드에 투자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의 조기상환에 실패한 것이다.

23일 매경이코노미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약 2년 전 KB증권이 발행하고 DB자산운용(옛 동부자산운용)이 KEB하나은행 등을 통해 판매한 ‘이탈리아 건강보험료 매출채권 유동화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가 조기상환을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상환하지 못한 원리금 규모는 50억원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내년 1월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포함하면 모두 320억원 규모이며, 이외 시장에 풀려 있는 같은 구조의 미상환 DLS까지 합하면 약 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 2의 DLF·DLS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국채 DLS에 차질이 생긴 건 이탈리아 현지 사정으로 이탈리아 지방정부가 50억원을 상환할 여유가 없어 한 달 간 상환을 미루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매출채권 유동화에 차질이 생기며 상환 일정이 당초 11월 말에서 오는 12월 27일로 한 달 연기됐다. 일종의 ‘기한이익상실(EOD· 대출금 만기 전 회수)’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이 DLS는 2년 1개월(25개월) 만기에 19개월부터 조기 상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는데 만기 시 기대수익률은 약 5.6%다. 물론, 조기상환을 앞두고 있어 만기까지 6개월 정도 남은 시점이지만 유동성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는다면 만기상환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단, 이 펀드는 만기 이후에도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손실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B자산운용 관계자는 "이탈리아 지방정부에서 당장 조기상환 시기에 맞춰 상환할 여유가 없으니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약속한 쿠폰 지급은 문제없이 만기 이후에도 지급된다"며 "기한이익상실(EOD·대출금 만기 전 회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매출채권을 최종적으로 유동화시켜 돈을 마련해 상환하는 주체가 이탈리아 지방정부라 지방정부 디폴트 상황이 나지 않는 이상 원금을 돌려받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올 들어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탈리아는 공공부채와 재정적자 문제로 유럽연합(EU)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유럽에 경제위기가 온다면 이탈리아가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실제 이탈리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이탈리아 공공부채 규모는 2조3862억 유로(약 3241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DLS는 대체투자 거래 발굴 등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남어드바이저리라는 에이전트사가 KB증권과 DB자산운용 등에 관련 상품을 적극 제안하면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당시 이 상품은 이탈리아 지방정부로부터 받는 매출채권의 유동화 펀드에 투자하는 데다, 현지 금융사인 ESC 측이 해당 매출채권에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남북부 간 경제력 차이가 극심한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재정 자립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남부 쪽 매출채권을 많이 담으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투자제안서에는 ‘원금 손실 가능’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었지만 상당수 투자자는 사실상 이탈리아 정부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라 안전하다는 설명을 믿었던 만큼 만기 연장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른 운용사에서 판매한 DLS는 2년 만기로 하되, 운용 18개월 차부터는 매월 조기 상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안다. 그러나 해당 상품의 경우 만기가 임박해 남은 원리금 상환을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KB증권과 DB자산운용은 조만간 직접 직원을 이탈리아에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발행사인 KB증권의 경우 2년 전 최초 DLS 발행에 참여했던 핵심 인력 대부분이 라임자산운용 사태 여파로 퇴사한 상태여서 상황 파악에 시일이 다소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DB자산운용 측은 "판매사에 DLS 만기 연장을 통보한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현지 금융사가 유동화 노력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발행사인 KB증권과 공동으로 차질 없이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도록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