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7:20 (화)
‘소멸시효’에 갇힌 키코 피해기업…은행권 조정안 수용 여부 ‘촉각’
‘소멸시효’에 갇힌 키코 피해기업…은행권 조정안 수용 여부 ‘촉각’
  • 박은경 기자
  • 승인 2019.12.18 17:44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정안 불성립 시 민사소송 승산 없어…“분쟁조정 성사되는 것이 최선”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조봉구
ⓒ연합뉴스

[금융소비자뉴스 박은경 기자] 키코 사태가 11년 만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워회(분조위)의 배상 결정으로 화해의 물꼬를 트면서 은행권의 분조위 조정안 수용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키코 피해기업들의 키코 사태에 대한 ‘소멸시효’ 때문이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한 관계자는 18일 “키코(KIKO) 피해기업 일부는 아직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민사소송이 여전히 가능합니다. 민사소송으로 가면 피해기업이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 봅니다”라며 아직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피해 기업들이 있음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13일 금감원 분조위는 키코 사태로 피해를 기업 중 4곳(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에 대해 은행(신한·우리·KDB산업·KEB하나·DGB대구·씨티은행)측이 평균 23%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들 은행과 기업 양측이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하게 되면 조정안이 성립된다.

이 조정안이 성립되면, 향후 분쟁조정 신청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해한 피해배상도 은행과 협의해 자율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키코 공대위측은 피해규모에 비해 낮은 보상금액과 세부기준 등을 두고 일부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일단은 분조위 배상절차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은행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조정안이 성립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키코 사태’는 2007년부터 국내 수출 기업에 집중적으로 판매됐는데,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큰 손실을 보는 파생상품이다. 당시 은행들은 기업들에 환율이 하락해도 원금을 일부 보장해주겠다고 속여 불완전판매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키코 사태로 기업 738개사가 3조2247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으며 919개의 중소기업이 손해 또는 도산됐고 우량 중견기업들이 무너지는 결과를 입었다.

키코사태 소멸시효 발생 기준 ‘계약체결일’ 또는 ‘종료일’?…소송시 기업이 불리  

키코 피해기업과 은행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소멸시효’다. 키코 피해 기업들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시효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10년 또는 기업이 문제를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다. 

‘계약체결일’로부터 10년 이내가 기준이 될 경우 2008년 상반기까지 계약이 체결된 키코 피해기업들의 소멸시효는 이미 끝났다. 그러나 기업이 문제를 인지한 ‘계약종료일’이 기준이 될 경우 일부 피해기업들의 소멸시효는 내년 상반기까지 2년 연장된다.

키코 공대위 측은 키코가 '계속적 계약'인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시효를 계산하는 기준을 계약 체결일로 봐야할 지, 계약 종료일로 봐야할 지 다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키코 공대위 관계자는 "소멸시효는 일시적 계약에 대한 것일 뿐, 계속적 계약에 대해선 법 조항이 없다"며 "최근에는 계약기간이 10년인 데다 키코와 비슷한 상품인 TRF(Target Risk Fund)와 관련해 시효를 계산하는 기준을 계약체결 종료일로 본 판결이 나온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측이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을 망설이는 이유 또한 전자의 계약체결일을 기준으로 한 소멸시효 종료문제다. 은행 내부 및 주주들 사이에서 키코 사태가 소멸시효가 끝났기에 배상의무가 없는데 선뜻 배상에 나섰다가 자칫 배임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소멸시효’가 키고 피해기업과 은행 측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은 조정안이 불성립할 경우다. 은행측이 분조위 조정안 수용을 거부해 민사소송까지 이어질 경우 소멸시효가 끝났는지, 연장됐는지 여부에 따라 판결이 갈리기 때문이다.

키코 공대위 관계자는 "분쟁조정이 받아들여질 것이라 기대하나, 어그러질 경우 피해기업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법원에 가면 금감원이 제시한 기준에 기업들의 개별적인 사정이 더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율조정보다 소송이 은행들에 더 불리할 것"이라고 봤다.

최근 DLF사태 등으로 은행권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엄정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원조DLF사태 격이라 할 수 있는 키코사태에 관해서도 피해기업들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금융권 관계자들은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며 고개를 젓는다. 키코 사건에 정통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소멸시효 기준은 3년과 10년 중 빨리 도래하는 날이다. 3년 기준을 적용할 때 키코 계약은 모두 시효가 지났다"며 "민사소송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 또한 "은행에서 '시효가 지나 갚을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시효가 지났다고 할 수 없다"며 "하지만 이럴 가능성이 없으니, 피해기업은 민사소송을 진행해도 시효 때문에 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로선 분쟁조정이 성사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키코 피해 기업들은, 현재 은행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손실을 보전 받을 기회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소멸시효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조정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들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 수락 의사를 밝혀야 하지만, 원하면 기간을 20일 가량 연장할 수 있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