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자유한국당이 11일 내년 총선 공천 배제 룰을 발표했다. 굉장히 엄격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흠이라도 있으면 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는 뜻이다. 현역 의원 상당수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아 주목된다. 21대 총선에 출마하려면 일단 이 관문부터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룰이 무척 까다로워 누구든지 안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먼저 한국당에 주문한다. 예외를 두면 안 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식의 룰이 되면 곤란하다. 원칙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황교안 대표도 50% 이상 교체를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아니 그 이상 교체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당에 희망이 없다. 몇 번 얘기했지만 많이 바꿀수록 유리하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4대 분야' 부적격자 배제 등 3가지 공천 부적격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고 전희경 의원이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4대 분야'는 입시·채용·병역·국적으로 정했다. 자녀나 친인척이 이들 분야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공천 부적격 처리한다. 병역은 본인, 배우자, 자녀가 대상이다. 국적은 고의적인 원정출산 등을 의미한다.
당장 몇몇 의원들이 떠오른다. 이 같은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들도 있다.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4대 분야 외에도 도덕성·청렴성에서 부적격이 드러나면 역시 공천에서 배제된다. 지위와 권력을 남용해 불법·편법 재산 증식, 권력형 비리, 부정 청탁 등을 저지른 경우, 탈세를 저질렀거나, 고액·상습 체납 명단에 오른 경우가 대표적이다.
2003년 이후 음주운전이 총 3회 이상 적발된 경우, 뺑소니·무면허 운전을 한 경우나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경우도 부적격 대상이다. 도촬·스토킹, 미투, 성희롱·성추행, 가정폭력·데이트폭력, 여성 혐오·차별적 언행, 아동학대, 아동폭력 등이 성·아동과 관련해선 사회적 물의만 빚었어도 배제된다.
이 같은 적용기준을 통과할 현역은 몇 명이나 될까. 이와 관련,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은 "이런 부분에 대해 (현역) 의원 중 대상자가 얼마나 되는지 여러분도 다 아실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앞서 발표한 '현역 50% 이상 물갈이'를 방침을 실현하기 위한 차원임을 시사했다. 의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살아남기 위해 구명운동을 할 것 같다.
어제 민주당에선 5선의 원혜영 의원과 3선의 백재현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한국당의 경우 같은 3선인 김세연 의원과 김영우 의원을 빼곤 다선 불출마자가 추가로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내 최고참인 김무성 의원도 불출마를 밝히기는 했다. 영남이나 강남 등 텃밭 지역에서 불출마자가 더 나와야 한다. 그래야 공천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내년 총선은 공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당 현역을 모두 바꾼다는 심정으로 대대적 수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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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