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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풍운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별세
재계의 풍운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별세
  • 오풍연
  • 승인 2019.12.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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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경영의 허점 드러나...무리한 경영은 오래갈 수 없다는 교훈 던저줘

[오풍연 칼럼] 우리나라 재계의 최대 풍운아는 김우중이다. 한 때 재계 2위까지 올랐던 기업 총수였다. 1998년에는 41개 계열사, 396개 해외법인을 거느리며 자산 기준으로 삼성과 LG를 제치고 재계 2위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10만5000명, 해외사업장 21만9000명으로 임직원이 30만명이 넘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보더라도 엄청난 규모였다. 특히 400개에 이르는 해외 법인은 현재도 없다.

나는 1980년대 대학을 다녔다. 당시 서울역 앞 대우빌딩은 성공 신화의 상징이었다.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빌딩이기도 했다. 이 빌딩은 1977년 완공됐다. 젊은 대학생들에게 김우중 회장은 우상이었다. 샐러리맨의 신화를 일구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했던 기업이기도 했다. 그런 대우도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공중분해되기에 이르렀다.

대우그룹의 성장은 드라마틱했다. 거침이 없었다. 적어도 그룹이 해체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김우중은 전경련 회장도 맡고 있었다. 그룹 해체와 함께 김우중 신화도 막을 내렸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1989년 펴낸 김우중의 자서전이었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100만부를 돌파했다. 그 때로선 엄청난 기록이었다. 지금껏 자서전으론 그 같은 기록을 깨지 못하고 있다.

대우그룹의 성장사를 살펴 보자. 대우그룹은 1967년 3월 22일 대우실업이 문을 열며 시작됐다. 트리코트 원단 수출의 귀재라고 해서 `트리코트 김'이라 불리던 청년 김우중은 서울 충무로에 사무실을 빌려 셔츠 내의류 원단을 동남아시아에 내다 팔았다. 김 전 회장의 수완과 정부의 수출진흥정책을 양날개로 달고 대우실업은 급성장했다. 김우중은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사세를 키워 나갔다. M&A의 귀재라고 할 수 있었다.

1973년 한 해에만 대우기계, 신성통상, 동양증권, 대우건설 등 10여개의 계열사를 인수했다. 1976년에는 한국기계를 흡수해 대우조선으로 개편한 옥포조선소와 묶어 대우중공업을 만들었다. 1978년엔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새한자동차를 인수하고 1983년 대우자동차로 상호를 변경했다. 1974년 세운 대우전자는 1983년 대한전선 가전사업부를 더해서 주력기업으로 키웠다.

90년대 들어서도 멈춤이 없었다. 1993년에 '세계경영 우리기술'을 슬로건으로 폴란드 자동차 공장을 인수하는 등 동구권 시장 개척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1995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대북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첫 남북한 합작투자회사인 민족산업총회사를 북한 남포에 설립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에 쌍용차도 인수했다. 성장은 거기까지였다. 무리하게 빚을 내 과잉투자를 하는 차입경영의 허점이 드러났다. 외형확대에 치중하느라 다른 그룹에 비해 구조조정이 늦었다.

2000년에 수십조원 규모 분식회계가 적발되며 대우그룹은 회생 불능 사태가 됐다. 대우그룹 분식회계는 1997년 19조여원, 1998년 21조여원 수준이다. 거함이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김우중은 갔지만, 교훈을 주고 떠났다. 무리한 경영은 오래갈 수 없다는. 고인의 영면을 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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