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한국당 새 원내대표에 5선의 심재철 의원이 당선됐다. 비박이 친박을 물리쳤다. 심 의원의 당선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4명의 원내대표 후보 중 가장 강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여 공격력을 높이 평가받은 것. 친박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4선의 유기준은 본선에도 못 올랐다. 다크호스로 지목됐던 재선의 김선동 의원도 무너졌다. 이처럼 친박의 색깔을 빼야 한다. 그래야 산다.
경선 과정을 보면 친박의 몰락이 여실히 느껴진다. 4명이 겨룬 예선에서 유기준 의원은 10표를 얻는 데 그쳤다. 꼴찌를 한 것. 1차 투표에서는 심재철 39표, 강석호ᆞ김선동 공동 28표였다. 그래서 3명이 결선을 치렀다. 결선에서는 심재철 52표, 강석호ᆞ김선동 공동 27표였다. 이른바 친박은 27표밖에 얻지 못한 셈이다. 김선동이 선전할 것으로 보았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심재철도 홍준표처럼 돈키호테 같은 기질이 있다. 이번 원내대표 당선도 혼자 힘으로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투쟁력은 높이 살 만하다. 황교안 대표에게도 할 소리는 할 것으로 본다. 황 대표 역시 심 신임 원내대표를 호락호락하게 대하지 못할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수도권에서 5선을 했다. 정치 경험도 많다. 황 대표에게 득이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나경원보다 더 센 원내대표를 맞게 됐다. 심재철은 기싸움에서도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밀리지 않을 터. 여야 관계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심재철은 공수처와 선거법 반대를 분명히 밝혔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 같다. 나경원보다 수가 훨씬 많아 여당도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을 듯 싶다.
친박의 몰락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친박 스스로가 친박이기를 거부했는지도 모른다. 만약 유기준이나 김선동이 당선됐다면 또 친박이냐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심재철의 당선은 최선의 선택이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친박 색채는 빼면 뺄수록 좋다. 황 대표는 이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황 대표가 심재철을 밀었을 수도 있다. 황교안의 책사라고 할 수 있는 김재원 의원이 정책의장 러닝메이트로 나섰던 게 그렇다. 김선동은 결선에서 유기준 표도 가져오지 못했다. 친박이 외면했다고 할까. 심재철은 기자생활도 같이 했다. 기자 출신으로 당의 2인자가 됐다. 기왕 원내대표가 됐으니까 잘 하기를 바란다. 무조건 강공이 최상의 전략은 아니다. 강온을 잘 조절해야 한다. 다선 의원의 지혜를 짜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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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