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은경 기자]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돼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극심한 자금난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던 케이뱅크와 대주주 전환 과정에서 자금난에 난항을 겪었던 카카오뱅크 또한 숨통이 트였다.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9월 말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BIS 기준 자본비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국내 은행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40%로 전분기보다 0.05%포인트(p) 상승했다.
총자본비율은 은행의 총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총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손실에 대비한 자본여력이 높아 은행의 위기 대응 능력이 크다는 의미다. 감독당국에서는 8%를 기준비율로 규정하고 있다.
이어 은행의 BIS 기준 기본자본비율은 13.36%, 보통주자본비율은 12.76%로 각각 전 분기 대비 0.07%포인트, 0.05%포인트 상승했다. BIS에서 권고하고 있는 자기자본비율은 총자본 10.5%, 기본자본 8.5%, 보통주자본 7% 이상이다. 즉, 은행권이 안정적인 자금사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별로는 씨티은행(19.51%), 광주은행(16.71%), 신한은행(16.46%), KB국민은행(16.42%), 부산은행(16.29%) 등의 총자본비율이 16%를 웃돌며 높았다.
특히,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던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법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며 안도한 데에 이어 자기자본비율이 전분기인 6월 말(10.62%) 대비 1.23%포인트 증가했다. 케이뱅크의 총자본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11.85%를 기록해 비교적 청신호를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은행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난제가 산적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총자본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9.97%로 전분기 대비 11.74%보다 1.77%포인트 떨어져 19개 은행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좋은성적표를 거둔 카카오뱅크와 자금난으로 인해 존폐의 기로에 섰던 케이뱅크의 성적표가 처음으로 엇갈린 셈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또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난달 21일 5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해 자기자본비율이 약 3~4%p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14~15% 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3분기 중 케이뱅크는 소규모 자본 유입이 있었지만 카카오뱅크는 지배구조 문제가 정리가 안 돼 유상증자가 미뤄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새 국제회계기준인 바젤3가 적용돼 주요 자산인 개인신용대출의 위험가중치 등이 하락돼 자본비율이 3%p 내외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경우 내년에 각각 약 14%와 16% 내외까지 총자본비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바젤3은 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은행의 자본확충 기준을 강화하는 등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위기 시에도 손실을 흡수할 수 있도록 새롭게 고안한 은행규제법이다.
하지만, 이들 인터넷은행이 안도할 수는 없다. 올해까지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의 경우 자본 규제 특례가 적용돼 총자본비율이 8%만 넘으면 됐지만 내년부터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국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터넷은행의 사정을 고려해 자본 규제를 완화시켜준 것이다.
내년부터 이 특례가 끝나면 인터넷은행의 총자본 규제 비율 기준이 점차 올라간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또한 2023년에는 일반 은행과 마찬가지로 총자본비율이 10.5%를 넘어야 한다. 만약 총자본비율이 이 같은 기준보다 낮아지면 금융당국이 시정조치를 내리고 특별 관리에 들어간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바젤3 시행 준비와 자본비율 관리를 강화토록 하겠다"며 "은행별 자본확충과 내부유보 확대 등 손실흡수 능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지주회사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3.62%로 6월 말 대비 0.02%포인트 감소했으나 이 또한 규제비율을 상회하는 안정적인 수치다.
금감원은 대부분의 은행, 지주회사가 규제비율 대비 여력을 보유, 대내외 충격이 발생해도 상당 수준까지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