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1: 또 황교안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20일) 오후부터 단식에 들어간단다. 솔직히 뜬금 없다. 단식은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지금 당 안팎에서 퇴진 요구 등을 받고 있으니까 무마책으로 생각한 듯 하다.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하수다.
#2: 야당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면 동정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싸늘하다.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황교안은 왜 무리수를 계속 둘까. 그를 욕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심하게 얘기하면 바보짓을 하고 있다. 단식 카드를 그렇게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웃음거리가 돼서야 되겠는가.
내가 어제 황교안의 단식 소식을 듣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웃음거리가 됐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황 대표를 비웃었다. 대부분 뜬금 없다고 했다. 게다가 황교안이 하는 행동도 야당 대표답지 못했다. 미리 단식을 준비했다고 했는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어주었다. 단식 장소부터 잘못 물색했다.
청와대 본관 앞에는 텐트를 설치할 수 없다. 그런데 거기서 단식을 시작했다. 당연히 장소를 옮겨야 한다. 이 추운 날씨에 텐트를 설치하지 않고 단식을 할 수는 없다. 풍찬노숙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그래서 국회로 장소를 옮겼다.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국회서 단식을 하는 게 옳았다. 국민들에게 더 호소하려면 광화문 등에 텐트를 설치하고 단식을 들어갔어야 했다. 그것마저 하지 못한 꼴이 됐다.
결론적으로 말하겠다. 지금 단식을 할 때가 아니다. 국회도 그렇고, 당에서 할 일이 많다. 국회는 그렇다 치자. 당 내부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김세연 의원이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용퇴도 요구했다. 거기에 대한 답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용퇴를 하지 않겠다면 적어도 내년 총선은 어떻게 치르겠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 총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물러나겠다는 얘기만 했다. 이는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얘기와 똑같다. 하나마나한 소리라는 뜻이다.
단식을 하면서 어떻게 인적쇄신을 한다는 말인가. 새 사람을 영입하려면 대표가 나서 사람도 직접 만나야 한다. 단식하는 장소로 부를 것인가. 참 한심하다. 내 눈에는 도망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단식을 바로 풀 수도 없다. 병원에 실려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형국이다. 때문에 정치를 희화화 시킨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누워 있는 셈이다.
한국당 안에서도 이번 단식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우선 여론이 좋지 않다. 야당 대표의 단식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때 성공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하다. “황교안 그 사람 참 대책 없어”. 황 대표의 검찰 대선배가 한 말이다. 황 대표가 자기 스스로를 옥죄는 꼴을 보고 한마디 내뱉었다고 할 수 있다.
황교안도 방법이 없으니까 단식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방식이 잘못 됐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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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