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은경 기자]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때 외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를 채권발행 주관사로 선정해주는 댓가로 자녀의 채용을 청탁했던 사실이 미국 금융당국에 의해 적발됐던 수출입은행이 이번엔 부행장의 ‘셀프재취업’ 논란에 휘말렸다.
18일 KBS보도에 따르면 당시 바클레이즈를 주관사로 선정하는 데 관여했던 수출입은행의 한 부행장이 퇴직 후 문제의 바클레이즈에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행장과 바클레이즈의 채용비리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월, 수출입은행은 외화 채권을 발행하며 달러 확보에 나섰는데 당시 수출입은행의 채권발행에 관여한 담당자는 모두 5명인이었고, 그 가운데 부행장 A 씨가 퇴직 후 바클레이즈에 고문으로 취업한 사실이 확인됐다.
A 씨는 수석부행장까지 지낸 뒤 2011년 8월 퇴직했으며, 2014년 1월 바클레이즈에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공직 유관 단체인 수출입은행은 관련 업체 재취업이 2년 동안 제한되어왔다. A 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퇴직 2년 5개월째 되는 달에 바로 바클레이즈에 재취업한 것이다.
특히 바클레이즈는 A 부행장이 취업한 2014년 1월, 수출입은행이 발행하는 15억 달러의 채권발행 주관사로 선정됐으며 1년 뒤에도 22억5천만 달러의 거래를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수수료는 15억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A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A 씨는 "걔네(바클레이즈)들이 (제안서를)내서 수출입은행이 심사를 해서 그래서 따는 거죠. 그게 무슨 뭐 누굴 봐주고 하는 건 없어요."
수출입은행도 또한 A씨의 채용비리와 관련해,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과 이후 업무 수행에 관여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에서 채권 발행 업무를 수년 동안 책임졌던 고위간부가 주 거래처인 바클레이즈 측에 재취업한 전후 발행업무 계약이 곧바로 체결된 것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군다나 채용청탁 비리가 불거졌던 바클레이즈사에 재취업함으로 ‘셀프 채용비리’ 의혹을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투자은행 바클레이즈가 2009년부터 4년 넘게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객사 임원의 자녀나 지인을 인턴이나 정직원으로 채용해주고 채권 발행 주관사 등에 선정돼 수수료 등을 챙겼다고 11일 밝힌 바 있다.
미국 SEC는 당시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시작된 이 같은 형태의 채용 비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으며 향후에도 이 같은 채용비리의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한다고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