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내년 총선에 나갈 문재인 청와대 출신들이 40여명이나 된단다. 한마디로 정신 나갔다. 그들에게 청와대 갔던 이유를 묻고 싶다. 배지 달려고 그랬던 것 아닌가. 당에서 정리를 해야 한다. 양정철이 바른말을 했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고. 청와대 출신들은 한 자릿 수 이내로 줄여야 한다. 많으면 많을수록 손해를 볼 것이다. 지금 민심도 호의적이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뭘 잘 했는가. 함께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총선 출마를 스스로 접어라.
문재인 정부 탄생 기여도를 본다면 양정철만한 인물도 없다. 하지만 양정철은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야 된다. 백원우도 마찬가지다. 엄밀히 따지면 그들이 배지를 달아야 맞다. 청와대서 문 대통령을 모셨다고 당에 명함을 내미는 것은 옳지 않다. 꼭 필요한 인물로 판단되면 당에서 모셔갈 것이다. 현재는 자화자찬 성격이 짙다.
정치 9단인 박지원 의원도 쓴소리를 했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을 했다. 귀담아듣기 바란다. 문 대통령도 이들에게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지금 문 대통령을 너무 팔고 있다. 솔직히 감이 안 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공천에서 탈락하면 문 대통령을 욕할지도 모른다. 그러기 전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금은 너무 많다.
박 의원은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지역에 가면 많은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들을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게 문재인 대통령의 굉장한 잘못이라고 지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을 맡고 있을 당시 자신의 지역구인 목포에 갔다가 DJ가 “당장 돌아오라”고 지시했던 일화를 전했다. 이어 “그렇게 따르고 혼신의 노력을 해서 청와대 일을 했는데, 지금 (총선 나갈 사람이) 50명, 70명 있다고 하면 대통령을 모시러 (청와대) 비서실에 간 것이냐, 아니면 국회의원 출마하러 간 것이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들 청와대 출신들보다 나이도 많고 청와대에 근무했던 경험도 있다. 그냥 허투루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들이 설치면 문 대통령이 욕을 먹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박 의원은 “민주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며 “당에서 지금까지 고생한 사람들이 있는데, 청와대에서 내려와서 (지역구를) 돌아다닌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청와대) 비서는 입도 없어야지만 다리도 없어야 한다. 어떻게 지역구를 돌아다니냐”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한 말씀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최근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만찬을 한 자리에서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청와대 참모 출신부터 희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철이 정확히 짚었다. 문 대통령이 못하면 양정철이라도 나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당에 부담을 주어서도 안 되는 까닭이다.
배지가 뭐길래. 개나 소나 그것을 달려고 한다. 좋긴 좋은 모양이다. 그런데 배지다운 배지는 볼 수 없다.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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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