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금감원 종합검사는 ‘갑질' 종합판?…“맛집·슬리퍼도 준비해라”
부활한 금감원 종합검사는 ‘갑질' 종합판?…“맛집·슬리퍼도 준비해라”
  • 박은경 기자
  • 승인 2019.11.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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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감기관 “과거 검사역들은 기본적인 편의도 거절했는데…몇 년 지난 지금 오히려 더 해" 분통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뉴스 박은경 기자]금융감독원의 ‘갑질 대명사’로 불렸던 종합검사가 우려했던 대로 갑질 논란이 재 점화됐다. 금감원 검사역들이 은행과 같은 피감기관에 ‘슬리퍼, 맛집 리스트’ 등을 요구하며 금감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휘둘렀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금감원의 금융사 종합검사는 지난 2015년 보복성·먼지털이식 검사 등을 이유로 폐지됐다가 지난해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부활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당초 금감원은 기존의 보복성‧먼지털이식 갑질 관행이 아닌  ‘유인부합적(incentive compatible)’ 방식으로 감독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종합검사 부활과 함께 불거진 '갑질' 부활 우려가 사실화 되고 있다.

‘유인부합적(incentive compatible)’ 감독 방식이란 금융 당국의 지시를 중심으로 한 일방적인 감독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스스로 위험관리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제재하는 간접적인 방식의 감독이다. 

5일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 상호금융검사국 소속 팀장 K 씨와 수석검사역 P 씨, 선임검사역 P 씨, 검사역 K 씨 등 총 4명은 지난달 7일부터 11일까지 수도권 내 금융기관 여신 운용 현황을 검사하면서 피감기관 직원에게 ‘주변 맛집 리스트 작성’과 ‘개인별 슬리퍼 구비’ 등 검사 업무와 전혀 무관한 것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검사역들은 ‘개인별 모니터’와 ‘프린터’와 “딱딱한 의자는 감사 업무를 진행하기 불편하다”며 이유로 ‘목 받침이 있는 푹신한 의자’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자신들의 음료를 보관하기 위한 소형 냉장고까지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피감 금융사 측은 결국 금감원 검사역을 위해 임원 방에 있던 의자와 냉장고를 검사실로 옮기고, 슬리퍼를 구매했으며 모니터와 프린터를 대여해 감사역들의 요구를 사항을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해당 금융사 관계자는 이밖에도 “검사역들이 직원들에게 좌석 배치를 바꾸라고 하는 등 검사와 상관없는 업무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나가더라도 주변 식당을 잘 모르니까 중식 해결 차원에서 맛집을 물어봤다”면서 “옷걸이나 소형 냉장고는 있으면 좋겠다고만 말했지, 반드시 구비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회의실에 있는 의자가 딱딱하니 푹신한 의자가 있으면 갖다 달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고, 다른 사람 의자로 바꿔 달라는 의미는 아니었다”면서 “검사역이 가진 노트북은 화면이 작아 불편하기 때문에 개인별 21인치 모니터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용 슬리퍼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5일 정도 검사를 한다. 이때 검사역들이 개인용 슬리퍼를 들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피감기관에서 삼선 슬리퍼를 놔주는데, 이런 차원에서 요구했던 것”이라면서 “감사원을 통해 확인하면 알겠지만, 우리가 요청했던 수준이 감사원이 피감기관에 가서 요청하는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금융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외부기관 검사가 시작되면 검사실에 기본적인 사무환경을 갖추는데, 이번과 같은 이례적 요구사항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검사역들은 가장 기본적인 편의 제공도 단호하게 거절했다”면서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이런 부분이 더 불투명해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과거 보복성·먼지털이식 갑질 관행으로 폐지된 종합검사가 지난 갑질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며 ‘유인부합적’ 방식으로 갑질 관행으로부터 탈피를 선언했던 금감원의 이 같은 퇴행에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감원 감사원 관계자는 이 같은 일부 검사역들의 요구사항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감사원은 감사의 본질에 집중하려고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업무는 절대 지시하지 않고, 감사 장소만 마련되면 그 외의 것은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감사 환경도 피감기관 직원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문화가 바뀌고 있는데, 이번에 금감원이 요구했던 항목들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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