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투톱으로 내년 총선을 잘 치를 수 있을까. 미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으론 아니다. 둘다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선 안정감이 없다. 황교안은 정치 아마추어 냄새가 너무 많이 나고, 나경원은 원내 사령탑으로서 전략이 빈약하다. 둘 모두 바꿔야 선거다운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황교안이 물러날 리 없고, 나경원도 임기가 12월 끝나지만 더 연장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당에 희망이 안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처음부터 이런 구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은 자기네 공천만 신경썼지, 수수방관하다가 이제와서 안 되겠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들린다.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다. 물론 지금이라도 지도부 교체를 할 수는 있다.
우선 황교안으로 계속 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정말로 한국당이 총선에 사활을 건다면 대표를 바꾸어야 한다. 읍참마속이라는 말이 있다. 황 대표를 밟고 넘어가야 승산이 있다. 가장 좋은 것은 황교안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 보다 강력한 야당 지도자가 나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설득이 있을 터. 황교안이 그럴 수 있을까.
한국갤럽이 10월 29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정기여론조사(±3.1%포인트, 95% 신뢰수준)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이 각각 40%와 23%를 기록했다. 조국 전 장관 사퇴 직후인 10월 셋째 주 조사에서 한자릿수(9%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던 두 당의 지지도 격차가 2주 만에 17%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이 같은 수치는 조국 취임 전인 9월 첫째 주의 지지도 격차와 동일하다. 다시 원 위치로 돌아온 셈이다.
한국당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황 대표의 지도력 부족을 얘기하는 당내 의원들이 적지 않다. 한 번 들어보자.
한 중진 의원은 “패스트트랙 표창장 수여식, 공천 가산점 발언, 대통령 희화화 영상에 이은 박찬주 영입 해프닝까지 정치적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나온다”면서 “논란 자체보다 수습책이라고 나온 결정들이 하루 만에 뒤바뀌는 게 더 문제”라고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나경원 원내대표의 공천 가산점 언급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하루 지나 수습하면서 언론 탓을 했다. 정무감각이 너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황 대표는 이런 당내 분위기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표 측근들도 마찬가지 일 것으로 본다. 괜히 대표를 흔들려는 시도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둑이 터지면 무섭다. 지금 그런 형국이 아닌가도 싶다. 지지율이 정체현상을 빚거나 더 하락하면 봇물처럼 터질 수도 있다. 조국 사건이 끝난 만큼 반전시킬 소재도 마땅치 않다. 거기에 한국당의 고민이 있을 게다.
지도부를 교체하더라도 11월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다음 달에는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한국당 의원들은 전투력도 약하다. 대여 공격이든, 당내 투쟁이든. 내년 총선이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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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