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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사태 속 ‘공짜점심’ 발언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DLF 사태 속 ‘공짜점심’ 발언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 정종석
  • 승인 2019.10.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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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우환(識字憂患)?’...경제원론식 발언 하고도 오해 초래한 것은 때-장소 적당하지 않았기 때문
비자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a free lunch in economy)’.

원래 '공짜 점심(free lunch)'이란 개념은 미국 서부 개척시대 술집에서 술을 일정량 이상 마시는 단골에게 점심을 공짜로 주던 데서 유래한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낮에는 식당, 밤에는 술집을 운영하는 가게가 있었다. 어느 날부터 가게의 손님이 점점 줄어들어 운영 자체가 위험해질 지경이 되었다. 사장은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손님을 모을 수 있을까?’

긴 시간 고민 끝에 특별한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다음 날 저녁 가게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오늘 여기서 술을 마신 손님에게는, 다음날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그러자 손님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공짜점심을 먹는 사람들은 가게가 망하지는 않을까 걱정해 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하지만 그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사장은 술값과 다른 비용들을 조금씩 올려서, 손님들에게 이미 점심 식사비용을 포함하게 되었다. 손님들은 마치 점심 식사를 공짜로 먹는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술만 마시고 다음 날 점심을 먹으러 오지 않는 손님들도 있었으니 사장 입장에서는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같은 줄거리가 시카고 경제학파의 태두인 밀턴 프리드먼이 말하는 이른바 공짜점심 이론이다. 경제학자들은 기회비용 원리를 적용하면 강가의 조약돌을 줍는 일도 공짜가 아니라고 한다.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시간을 조약돌을 줍는 데 대가로 소모했다는 것이다.

은성수,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투자는 자기책임에 의해 하는 것이기 때문”

일반적으로 지금 당장은 공짜인 것 같지만 결국은 알게 모르게 그 대가를 지급하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파생결합펀드(DLF) 등 투자 관련 질의에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며 “투자는 자기책임에 의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다.

듣기에 따라선 DLF 가입 고객들에게 하는 말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었다. 금융위는 "DLF를 두고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기본 원칙을 원론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DLF 피해 고객들은 “은 위원장은 포용금융을 이야기하고 DLF 사태와 관련 제도를 꼼꼼히 살펴 소비자 보호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며 “그런데 은행 비서관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의원들의 질의와 추궁이 나왔다. 은 위원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DLF 사태에 대한 답은 아니었다”고 재차 해명했다.

금융은 정확성이 생명이다. 오해를 만들어내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데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불완전판매를 제재하고 있다.

공짜점심 발언이 금융위원장으로서 은행 비서 노릇 하려는 것은 아니었을 것

필자가 생각할 때는 은 위원장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경제원론적인 말씀을 했다, 그런데도 큰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이것은 때와 장소가 적당하지 않아서이다. 결과적으로 화가 잔뜩 난 금융소비자들의 불같은 비난과 질책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공짜점심 발언은 어법상 불완전 발언이고 미완성 발언이다. 물론 금융위원장으로서 은행의 비서 노릇을 하려는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책임과 비난은 스스로 감당하고 짊어져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알고 보면 공짜 점심의 대가는 혹독하다. 그냥 점심을 먹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술값을 비싸게 내야 하는 탓이다.

지금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금융의 역할은 크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금융을 지휘할 인물이 정무감각이나 업무능력조차 의심된다면 단순히 소신이나 철학을 떠나 이 나라 금융의 미래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이미 취임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비판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 아무나 잘못된 결정이나 선택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있다. 다만 그의 경력과 행보, 사상, 철학 등을 꼼꼼히 살펴가며 그가 왜 그런 발언을 했는 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금융, 나아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금융정책에 나름대로 소신이 있다고 느껴진다. 말을 할 때도 자신감에 찬 눈빛이 보인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최대한 단순하게 답변하려고 한다는 인상마저 받는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면 그나마 불행중 다행

그랬던 그가 최근 곤욕을 치른 것은 공짜 점심 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으로 금융소비자들을 분노케 했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훨씬 노회한 모피아 경제관료였다면 기자들 앞에서 굳이 밀턴 프리드만을 연상케 하는 공짜점심 얘기를 꺼내지 않았어야 했다. '여수투수(如水投水)'식의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일반론 만을 말했더라면 아무런 탈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아는 것이 병이 되는 ‘식자우환(識字憂患)의 역설’을 말하고자 한다. 앞으로 은 위원장이 기자들 앞에서나 국회에 가서는 곧이 곧대로 말하지 말고 전임자들처럼 얼렁뚱땅하거나 동문서답하는 답변기술을 배우고 터득하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 그것이 금융위원장 은성수가 장수하고 성공하기 위한 처세술이다.

이번에 은 위원장은 공짜점심 발언으로 정말로 큰 경험을 했다. 그가 앞으로 먹물 출신 경제관료 답게 경제학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또는 미국 유학을 가서 경험한 대로 현학적으로 표현하거나 말로써 멋을 내다가는 또 다시 된통 당할 것이 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로 금융소비자 보호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면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다. 결과적으로 그가 막중한 금융위원장으로서 세상에 공짜점심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체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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