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판매 부추긴 외국계 IB, 77억 ‘꿀꺽’…원금 손실은 ‘침묵’
'DLF' 판매 부추긴 외국계 IB, 77억 ‘꿀꺽’…원금 손실은 ‘침묵’
  • 박은경 기자
  • 승인 2019.10.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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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권까지 92억 챙겨…고객만 빼고 돈 벌었다
▲어느 투자자가 DLF사태로 인한 원금 손실으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 투자자가 DLF사태로 인한 원금 손실으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소비자뉴스 박은경 기자]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초래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권에선 ‘윗선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정작 문제의 DLF 상품을 제안했던 외국계 투자은행(IB)은 77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이번 사태에선 침묵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이를 검증 없이 고객에게 설계하고 판매한 우리‧하나은행 및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의 수수료 수익까지 합하면 총92억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21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우리·하나은행 DLF 상품(7950억원)에 참여한 개별 금융사별 수수료 수익 총액’ 자료에 따르면 미국 JP모건과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등 외국계 IB는 총 77억 17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IB는 DLF 상품을 설계하고 증권사의 손실 위험을 떠안는 대가로 2~3%대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들 외국계 IB가 이번 DLF원금손실 사태에서 책임을 피하고 2~3%대의 수수료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백투백 헤지’(위험 회피)라는 투자 기법이 있다. 

보통 DLF와 같은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한 증권사는 손실을 입을 것에 대비해 발행자금을 헤지 자산으로 운용한다. 헤지 방식은 국공채, 회사채, 예금 등으로 굴리는 자체 헤지와 해외 금융기관과 거래를 맺어 위험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백투백 헤지로 구분된다.

문제의 이번 DLF사태는 외국계 IB가 국내 증권사에 DLF 상품을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증권사와 은행은 외국계IB의 제안을 수용하고 수익률, 만기 등을 협의해 상품 구조를 만들었고, 은행은 창구에서 투자자에게 상품을 팔았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DLF 발행에 따른 손실에 대비해 외국계 IB와 헤지(위험 회피)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기초자산인 독일 국채 금리 및 미국·영국 CMS가 원금 손실 기준(배리어)을 넘어설 정도로 오르거나 내릴 것에 대비해서다. 

이때 증권사와 백투백 계약을 체결한 외국계 IB는 DLF 헤지 대가로 헤지수수료를, 증권사는 DLF를 발행한 데 따른 수수료를 각각 챙겼다. 즉, DLF 상품을 투자한 고객에게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수수료를 챙길 수 있던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2일 DLF 관련 중간 검사 결과 당시 “이번 DLF 거래에 참여한 관련 금융회사들은 DLF로 인한 리스크를 제3자에게 이전하면서 자사의 수수료 수익을 창출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국내 DLF 발행사인 IBK투자증권·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증권사는 발행 수수료로 9억 7200만원을 챙겼다. 증권사와 은행이 결정한 발행 조건에 맞춰 DLF를 설정하고 운용한 자산운용사 10곳은 운용 보수로 총 5억 51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은행은 창구에서 고객에게 DLF를 판매하는 대가로 1% 정도의 판매 수수료를 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실상 원금을 잃은 DLF 투자자만 빼고 상품 거래에 참여한 모든 금융회사들은 수익을 챙긴 것이다. 

특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DLF 상품을 판매하면서 고객에게는 최대 3%의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설계·판매·관리 명목으로 최대 4.93%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는 총 3천535건, 7천626억원어치 중 상품의 최고수익이 연 3% 이상∼4% 미만인 상품의 판매는 574건(16.2%), 1천485억원(19.5%)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들 은행이 판매한 상품 중 고객에게 최대수익 3~4%를 제공하는 DLF상품이 가장 많이 판매됐으며 이들은 고객에게 3% 남짓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 판매 운용 보수로는 그보다 많은 수수료를 챙겼다는 말이다.

김병욱 의원은 이에 관해 "리스크는 고객이 모두 지고 수익률은 연 3%대밖에 되지 않는데 금융사들은 DLF 설계·판매·관리 명목으로 리스크 없이 6개월에 최대 4.93%의 수수료를 챙겼다"며 "구조적으로 투자자에게 불리한 상품"이라고 꼬집었다.

또 "최고이익이 3~4%대에 불과해 은행으로부터 정확한 설명 없이 '예·적금 금리보다 조금 높은 상품'으로 안내받고 가입한 고객도 상당하다"며 "이로 인해 초고위험 상품이란 점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피해가 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DLF사태‘는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걸쳐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 등 금융사들 모두가 투자자의 손실은 신경쓰지 않고 수수료 수익만 올리는 데만 급급해 책임을 회피하면서 빚어진 참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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