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나연 기자]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한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이 취지와 달리 청년이 아닌 개발업자가 막대한 이익을 챙겨 특혜를 누리게 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17일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역세권청년주택 인허가 완료사업 현황’에 따르면, 전체 개발 연면적 중 공공임대주택은 전체의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올해 입주자를 모집한 구의동과 충정로3가 청년주택의 임대료와 개발 이득을 분석한 결과, 역세권 청년주택이 오히려 기업 등 개발업자에 이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동영 대표는 "역세권을 개발해 임대주택을 찔끔 얻어내는 방식으로는 서울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없다"며 "개발을 자극하고 개발이득을 사유화 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토지 공공보유 공영개발로 더욱 저렴하고 개발이익을 공공이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로 나뉜다. 공공임대의 경우 서울시가 매입해서 임대하는 형식으로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하다. 충정로 청년주택의 경우 17형은 보증금 1,900만원, 임대료 8만원이다. 35 신혼부부형은 보증금 4,100만원, 임대료 16만원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공임대주택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민간임대주택이 차지한다는 점이다. 실례로 구의동은 공공임대는 18호에 불과하지만 민간임대는 66호를 차지하고 있으며, 충정로 공공임대의 경우에도 공공임대는 고작 49호, 민간임대는 무려 450호에 달했다. 올해 공급물량인 두 지역의 평균 공공임대는 11%, 민간임대는 89%로 민간임대주택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임대료가 주변시세에 비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 비교를 위해 청년임대주택을 서울시 8월 평균 전월세전환율(5.2%)로 전세가로 환산한 결과 오히려 주변시세가 이들 민간임대주택보다 낮거나 비슷했다.
즉, 당초 서울시가 주변시세의 75%~90%로 공급하겠다는 설명과는 전혀 역세권 청년주택의 시세가 더 비싸거나, 저렴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와 반대로 업계에서는 사업자들은 토지가격 상승과 주변 집값 상승 등으로 큰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충정로는 애초 3종 주거지역이었으나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되었고, 구의동은 2종에서 준주거로 변경됐다. 용도변경이 되면 허용 용적률이 상승하고 땅값이 수배가 상승한다.
정동영 대표는 “서울시장은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외치고 있지만 실상 청년주택은 미개발지 개발로 주변 시세를 높여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더욱 해치는 주택”이라며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며 임대주택을 얻을 것이 아니라 공공이 직접 공영 개발을 통해 공공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청년들의 주거안정은 국가의 미래, 도시의 미래를 위해 공공이 책임져야 하는 당연한 의무이다. 민간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오히려 청년들의 주거 환경을 해치고 거품을 키우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