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광화문도, 서초동도 그만 나가자. 그게 민주시민이 할 일이다. 할만큼 했다. 의사 표시는 충분히 했다. 숫자 갖고 다투는 것은 유치한 짓이다. 조금 많다고, 조금 적다고 별반 다르지 않다. 모두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자. 거리 투쟁은 자제해야 한다. 각성하자.
나는 지난 달 28일 서울 서초동 집회에 수십~수백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할 때부터 숫자놀음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 결과는 예상대로 이어졌다. 이어 10월 3일 광화문 집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본격적인 세 대결이 이뤄졌던 셈이다.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럼에도 지난 주말 또 다시 서초동 집회가 열렸다.
오늘(9일) 또 광화문 집회가 예정돼 있다. 얼마나 모일지는 알 수 없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한 쪽이 도발하니까, 응전하는 성격이다. 소모전의 악순환이다. 오는 12일 서초동 집회도 열린다고 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기름을 부었다. 이런 집회 역시 의사 표현의 하나라고 했다. 그것은 정치학자나 할 말이다. 대통령이라면 우려를 표시하고 자제를 당부했어야 옳았다.
먼저 서초동 집회는 명분이 없다.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데 조국 법무장관이 8일 그것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집회를 계속하는 것은 맞지 않다. 조국을 부정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조국 수호를 외쳤다. 만약 그렇다면 거리 집회는 그만두어야 한다. 검찰 개혁을 발표했는데, 또 발표하라는 말이 된다. 이제 검찰 개혁은 빼고, 조국 수호만 외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든지.
광화문 집회의 취지는 분명하다. 조국을 자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니까 문재인 퇴진, 또는 문재인 하야까지 요구한다. 조국의 문제는 문 대통령이 풀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도 문 대통령이 만들었다. 조국을 내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지금까지 안고 왔다. 앞으로도 계속 안고 간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상상할 수 없다.
장관 한 사람의 퇴진을 놓고 국민이 양 쪽으로 갈려 수백만명이 모이는 집회를 하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창피하지 않은가. 대통령이 불을 꺼야 한다. 지금은 누구도 그 역할을 할 수 없다. 사태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몇 번 얘기했지만 대국민 사과를 하고, 조국을 버리면 된다. 그것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아니면 조국이 두려운가.
국민들에게도 거듭 호소한다. 더 이상 거리 투쟁에는 참여하지 맙시다. 어느 한 쪽의 굴복을 받아낼 요량이라면 더더욱 안될 일이다.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치인들의 싸움을 닮아가면 안 된다. 스스로 본분을 지키자. 정부에 기댈 것이 없다면 개척해 나가야 한다. 현재 그런 상황까지 왔다고 본다.
애국심을 잘 생각해 보자. 무엇이 국가를 위한 길인지. 대통령도, 국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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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