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당(朋黨)정치, 보고만 있을 것인가
붕당(朋黨)정치, 보고만 있을 것인가
  • 박석무
  • 승인 2019.10.0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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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요즘 여당·야당의 정치투쟁이나 진영논리로 쫙 갈라져 대결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의 모습을 보면, 조선시대에 극성을 부렸던 붕당정치의 형태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다산이 가장 숭배했던 학자는 성호 이익이었습니다. 성호는 당파싸움이 일어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벼슬자리는 적은데 벼슬을 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있다고 했습니다.(朋黨論) 이는 곧 재화는 부족한데 먹을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쟁은 바로 먹이 다툼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붕당싸움이나 당파싸움에 대한 다산의 인식 또한 성호의 생각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나라는 가난한데 먹을 사람은 많아 먹을 사람의 양을 채울 수 없으면 많이 먹기 위해 싸움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다산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문제의 해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다산은 국부의 증진을 통해 먹이 다툼이 줄어들게 하는 방법이 제일이라고 여기고,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정책을 강화하고 북학주의(北學主義)를 드높이자고 외쳤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오늘의 세상은 어떤가요. 크게는 먹이 다툼이지만 승자독식이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권력을 잡지 않으면 벼슬자리를 얻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권력만 잡으려는 싸움이 바로 오늘의 정쟁이자 정파 싸움입니다. 경쟁해서 정권을 잡으려는 정책의 대결이 아니라 상대방을 적으로 보고 그들의 반대편은 어떻게 해서라도 죽게 만들어야만 자신들의 집권이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반대파에 대해서는 살인에 가까운 막말과 인격 말살, 인간 모독의 온갖 작태를 연출하고 또 그런 쇼를 보여야만 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싸움판으로 양심마저 가려지니

티끌이나 겨자씨 잘못도 마구 죽인다네

순한 양들 외치지도 못하고 죽으나

승냥이 호랑이 언제나 성난 눈

지위 높은 자 뒤에서 조종하고

낮은 사람 칼과 살촉 간다네

누가 있어 큰잔치 베풀어서는

금 비단 휘장 친 화려한 집에

일천 동이 술 빚어 놓고

일만 마리의 소 잡아서

옛날 악습 고치기로 함께 맹세하며

평화와 복이 오기를 기약할 건가

爭氣?天良

纖芥恣殺戮

羔羊死不號

豺虎尙怒目

尊者運機牙

卑者礪鋒鏃

誰能辦大宴

?幕張華屋

千甕釀爲酒

萬牛?爲肉

同盟革舊染

以?和平福

(古詩 27수)

겨자 씨 만큼의 잘못을 저질러도 끝내 죽이고 말던 시파와 벽파의 싸움에서 처참하게 패한 자신은 정치적 희생물임을 냉정히 꿰뚫어 본 혜안입니다. 높은 사람들은 위에서 조종하고 그들에게 빌붙은 지위 낮은 공서파들은 화살촉을 간다는 ‘신유옥사’의 본질이 보입니다. 그때에야 바로 죽이기까지 했지만 지금이야 죽이는 데까지 이르지 못하는 문명의 발달이 왔지만, 인격을 말살하고 한 가정을 파괴해버리는 일에는 서슴이 없습니다.

정말 이래서는 안 됩니다. 일천 동이 술, 일만 마리 소를 잡아 대형 잔치를 베풀어 여야의 정치인, 대결하는 양 진영의 인사들이 함께 모여서라도 추악한 먹이 싸움인 정쟁이나 당쟁은 이제 멈추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나라가 시끄럽고 이렇게 세상이 소란스러운데 그냥저냥 보고만 지낼 수가 없습니다. 성호는 붕당의 반대는 ‘탕평’이라고 했습니다. 탕평의 세상은 이루지 못한다 해도 피투성이 싸움이나 극한적인 대결은 피해야 하지 않는가요. 여야 모두 ‘양심’을 살려내는 성찰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제발 대화로 정책대결을 벌여주기만 고대합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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