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피해자들이 1일 우리·하나은행의 DLF의 판매가 사실상 사기행위에 해당된다며 두 은행을 수사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위험성 높은 금융상품을 원금 손실 없는 안전 자산으로 오인하도록 기만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DLF 사태’ 관련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금감원이 두 은행 본점과 판매점이 소비자를 기만한 사실을 확인한 만큼 엄격한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낸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의 손실액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날 발표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DLF 불완전판매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쳐 ‘DLF 사태’ 책임의 상당 부분이 두 은행에 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은 DLF 상품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이익을 중시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으며 내부통제를 미흡하게 했고, 이에 따라 많은 투자자들이 고위험 상품 투자로 큰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에 맞춰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우리·하나은행이 사실상 판매사기를 벌였다고 볼 수 있다”라고 비난하고 “금감원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들이 두 은행을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신장식 변호사는 “금감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 사건은 상품의 제조 판매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 도덕적 해이, 법령 위반 등 사기성을 드러냈다”라고 주장하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위험상품에 가입시키도록 했고, 소비자들이 위험성 높은 상품을 원금 손실 없는 안전 자산으로 오인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이어 “금감원은 은행 본점과 판매점이 소비자를 기만한 사실을 확인하고 엄격한 추가 검사를 통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할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액을 전액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만기인 우리은행의 독일 10년물 국채금리 연계 DLF 상품(4개월 만기) 손실률은 98.1%였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192만원만 돌려받게 된 것이다.
지난달 25일이 만기였던 KEB하나은행 DLF의 손실률도 46.1%로 확정됐다.
피해자들은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고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인 정비를 촉구했다.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금융 피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과 엄중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피해자는 은행의 불완전판매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펀드가 뭔지, 주식이 뭔지도 모르고 적금이라고 해서 들었다”면서 “은행직원이 상품을 소개하며 4개월짜리이고 적금이라 똑같다고 말했지만 석 달 만에 생명 같은 돈을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이날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 기준 미국, 영국, 독일 등과 연계한 DLF 상품은 3243명에게 총 7950억원 가량 팔렸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지난달 25일 기준 5784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해 예상손실액이 3513억원(예상손실률 52.3%)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