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불신시대] ‘DLF 원금손실’ 사태, 실적 지상주의가 빚은 '참사'
[은행불신시대] ‘DLF 원금손실’ 사태, 실적 지상주의가 빚은 '참사'
  • 박은경 기자
  • 승인 2019.10.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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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손실이 우려된다’는 내부 경고 묵살…“안전자산” 강조하며 많은 피해자 양산에 기여
지난 9월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DLSㆍDLF 피해자 집단 민원신청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소비자뉴스 박은경 기자]초유의 원금 전액 손실 사태를 빚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에 대한 금감원의 중간점검 결과 은행들이 판매하는 과정에서 실적에 급급해 원금 손실 리스크를 인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DLS‧DLF를 비롯한 파생상품의 최소 투자금이 1억원 이상임을 감안할 때, 억대 상품을 판매하면서 원금 손실 리스크 점검 및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내부 경고 또한 묵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은행들이, 판매에 앞서 리스크 점검을 하지 않음으로 고객 피해를 키운 셈이다. 

금감원이 1일 밝힌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에 따르면 8월말부터 진행 중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비롯한 증권사 3곳과 자산운용사 5곳에 대한 합동 현장 검사 결과 상품의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리스크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대상인 증권사 3곳은 ▲IBK·NH증권·하나금투가 해당되며 ▲자산운용사 5곳은 유경·KB·교보·메리츠·HDC 등이 해당된다.

금감원은 DLF·DLS 사태를 촉발하는데 있어 이들 은행이 피해자를 양산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은행이 만기·배리어·손실배수·수익률 등을 설계하고 증권사에 이 같은 조건으로 DLF등의 발행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은행으로부터 발행을 요청받은 증권사는 DLF·DLS 등을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상품을 운용할 자산운용사도 또한 은행이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같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사들의 DLF·DLS 상품 설계·제조·판매 과정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은행은 투자자들에게 DLF·DLS 상품을 판매하면서 자산운용사로부터 건네받은 모의실험 결과에 대한 별도의 자체 검증과정 없이 그대로 판매에 적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A은행은 ‘원금 손실이 우려된다’는 내부 경고도 묵살하고 리스크를 검증하지 않은 채로 판매를 강행했다.

A은행의 리스크관리부는 DLS 상품을 판매할 당시 “최근 독일국채 10년금리의 하락이 심상치 않아 상품의 원금손실도 가능해, 평판리스크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바 신중히 거래하라”고 경고했지만 은행은 이를 묵살하고 판매를 강행한 것이다.

세계 최고 안전자산 독일 국채 금리?…과장·허위 광고로 고객부터 판매직원까지 속인 은행

결국 은행은 이 같은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판매 직원들 또한 원금 손실 우려가 없는 안전자산으로 판매하도록 양성했다. 

금융감독원 제공

은행은 직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사내게시판에 ‘만기상환확률 100%, 원금손실확률 0%' 등 긍정적인 내용만 적힌 마케팅 자료를 게시하고 영업을 독려했다. 즉,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판매직원들은 DLF등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DLF 상품을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금리에 투자하는 상품” 이라고 소개했다. 

A은행의 경우 판매 직원 90여명이 준법감시인 사전심의 없이 3만여건의 투자광고 메시지를 발송했는데 “세계 최고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금리에 6개월만 투자해보세요”와 같은 과장된 내용으로 고객들의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더해 은행 본점은 안전자산 선호고객까지 투자를 유도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장치 또한 작동하지 않았다. 내규에 따라 고위험상품을 출시할 때 내부 상품(선정)위원회 심의·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이번 상품 중 위원회 심의를 거친 곳은 1% 미만에 불과했다. 

은행들은 판매 후 손실이 발행하기 시작한 시점에서도 손실상황에 대한 대응도 미흡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채권금리 하락으로 DLF 손실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상품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상품구조를 바꿔가며 신규판매를 지속했다. 또 기존고객에게도 손실 가능성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향후 사실관계 확정 등을 위해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법리검토 등을 통해 추후 제재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은행권 경영진의 책임 문제에 관해서 "지금 당장 책임이 있다, 없다 등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그런 부분은 많은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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