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의 어설픈 변신...애덤 스미스인가 스티브 잡스인가
황교안 대표의 어설픈 변신...애덤 스미스인가 스티브 잡스인가
  • 정종석
  • 승인 2019.09.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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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미지 하루 아침에 형성 안 돼...‘보여주기 식’ 아니라 ‘민생 챙기는’ 스타일이어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지난 2016년 7월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총리가 존재감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특히 경제에 관련해선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질타했다.

옛 재무부 OB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이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같이 황 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경제 문제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안을 총리 스스로 공부도 하고 좀 노력하라”며 “총리가 그냥 내각이나 관할할 게 아니라 나서야 한다”며 거듭 황 총리를 공격했다.

이로부터 3년 2개월이 흘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민부론(民富論)’을 들고 나왔다.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1776년에 출간한 ‘국부론(國富論·The Wealth of Nations)’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국민이 잘사는 나라’라는 의미다.

주요 내용은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달성하고 가구 소득은 1억원, 중산층 비율을 70%로 높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경제활동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를 경제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황대표의 민부론 제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대안정치연대 등 야권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이른바 민부론을 둘러싼 논쟁으로 정가가 시끌시끌하면서 과연 현재의 경제적 난국을 풀 해법이 있는 정치인이 우리나라에 과연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황교안 대표는 경력상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 사법시험에 합격한 공안검사 출신이다. 법무부장관에 이어 국무총리를 역임했으나 경제 관련 경력이 없다. 별도로 경제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황교안 대표, 삭발과 캐주얼한 복장 만으로 스티브 잡스처럼 혁신적 기업인 될 수 없어

황 대표의 민부론은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론이 결여돼 있다. 그런 과제를 어떤 정책 수단으로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런 막연한 경제정책들이 황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황 대표의 민부론이 성공하려면 앞으로 철저히 경제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경제전문가들로부터 강의를 듣고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스스로 경제에 대한 깨달음과 자기충전이 없이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새 경제정책론인 '민부론'을 발표하면서 캐주얼한 복장으로 나타나 미국의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했다. 애플 사의 창업자인 잡스는 세계적으로 훌륭한 기업가이다. 매킨토시 컴퓨터를 선보이고 성공을 거두었다. 애플 CEO로 활동하며 아이폰, 아이패드를 출시, IT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하루 아침에 형성되지 않고, 자신이 가진 내면의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그가 주창한 민부론의 내용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 식 이미지 연출이다. 황 대표는 팔을 걷어붙인 셔츠, 남색 면바지, 스니커즈 운동화 등 캐주얼한 복장으로 단상에 올라 직접 민부론을 설명했다. 잡스가 청바지를 입고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문제는 삭발과 캐주얼한 복장 만으로 황교안 대표가 스티브 잡스처럼 혁신적 인물이 될 수 있는 것인가에 있다. 잡스는 짧은 머리카락과 청바지가 아니라 혁신의 아이콘으로 성공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다면 대선주자로서 경제를 열심히 공부하고 경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외형상 스티브 잡스를 흉내낸다고 바로 경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너무 말만 잘해도 진지성 없고, 이미지정치에 치우치면 자칫 국민 속이는 일이 될 수도

고 김대중 대통령은 4수 끝에 마침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나선 김대중 후보의 표어는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국제통화기급(IMF) 외환위기로 국난에 처한 긴급 상황에서 국민들은 나이가 많더라도 경제지식이 풍부한 ‘준비된 대통령’을 선택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대통령 상이 있다. 안보가 위험하면 안보대통령을, 경제가 위급하면 경제대통령을 국민들은 뽑기 마련이다. 만약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다수 국민들이 “법질서가 엉망이어서 공안검사 출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황 대표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한국당에선 얼마 전 영입한 홍보본부장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에도 행사 연출 전문가가 행정관으로 기용돼 문 대통령의 이미지 변신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실이며 성과다. 청와대 연출의 효과가 눈 녹듯 이내 사라지듯이 이미지 정치는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한계가 드러난다. 황 대표는 보수 세력의 대표다. 삭발을 강행하고 청바지 차림으로 스티브 잡스를 흉내낸다고 대선 후보로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는 것일까. 사람은 너무 말만 잘해도 진지성이 없고, 이미지 정치에 치우치면 자칫 국민을 속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황 대표는 공안검사 출신이다. 4년 전 이종구 의원의 대정부 질문을 받고 당시 총리였던 황 대표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보여주기 식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이 가도록 민생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다”고 답변했다.

그렇다. 송충이가 갈잎을 먹으면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선인들은 '송충이는 풀잎을 먹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황 대표가 지금 추구해야 할 정치인상은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이 가도록 민생을 챙기는’ 스타일이 아닐까. 황 대표가 일상 정치에서도 자기 스타일대로 가되 더 이상 애덤 스미스를 베끼거나 스티브 잡스를 흉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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