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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주도성장’ 정책은 완전 눈속임이다
`노인주도성장’ 정책은 완전 눈속임이다
  • 김영봉
  • 승인 2019.09.2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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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칼럼] “더불어민주당은 저소득층이 따뜻한 추석을 보낼 수 있도록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5조273억 원을 지난주까지 지급 완료했습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추석 자금 총 96조 원을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번 추석 연휴 직전 민주당이 당의 트위터를 통해 국민에게 홍보한 내용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 돈이 민주당 사람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지는 않았을 터. 민주당 집단의 머리에는 과거 공산당 국가에서처럼 국가권력과 재정을 당의 사유물로 간주하는 ‘당(黨) 지배 국가’의 관념이 은연중 뿌리 내려 있음을 보여 준 말귀다.

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일자리 정책은 실패가 뚜렷이 드러났음에도 왜 지금도 추진되는가? 이 의문도 이런 ‘당의 국가 사유(私有)’ 관념과 연관 지어 보면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집권당이 국가 재정을 당의 사유물로 여기고 국가나 국민의 이익보다는 당의 이익을 위해 쓰겠다고 덤비는 것도 그래서다. 민주당은 국가적·국민적 관점에서는 실패한 정책이라도 당을 위해, 곧 정권 재창출에 유용하게 쓰이기만 한다면 버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발전시킬 태세다.

일자리 만들기는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이 정권이 가장 자신 있게 들고 나온 국정과제다. ‘대통령 제1호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명령하고, 청와대에 일자리수석을 만들고, 거대한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뒤 “대통령이 매일 점검하겠다”며 요란스레 홍보하는 등 엄청난 의욕을 보였다.

2018년 정부는 일자리 증가 목표를 32만 명으로 잡고 호기롭게 출발했으나 실적은 고작 9만7천 명 증가에 그쳤다. 그나마 주 36시간 이상 상근취업자는 72만 명이 감소했지만 36시간 이하 단기 일자리가 79만6천 명이나 늘어난 덕분에 겨우 이룬 성과다. 올해 8월 기준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년 전에 비해 118만2000명 감소했으나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55만 명 증가했다. 사실상 2년 만에 근 120만 개의 제대로 된 일자리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런 대참사를 맛봤으면 정책을 폐기하고 새 정책을 강구했어야 옳다.

그러나 일자리 예산은 2017년 17.1조 원, 2018년 19.2조 원에서 올해 23.5조 원으로 해마다 대폭 늘어나고 있다. 내년에는 25.8조 원이 살포될 예정이다. 노인 일자리 등 재정 지원 일자리 95만5천 개를 만들고, 공무원 1만9천 명을 확충하고, 청년·실업자·기업에 돈을 나눠주는 데 거의 대부분 사용된다.

특히 내년 선거를 앞두고 노인 일자리가 정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농촌 비닐 걷기, 풀 뽑기, 거리 청소, 전등 끄기 등 소위 '세금 알바'로, 하루 2~3시간 일해 월 수십만 원 버는 관제 일자리다. 말하자면 ‘노인주도성장’ 정책으로 선거를 치르려는 속셈이다. 내년에는 농어촌 쓰레기 줍기, 하천 청소 같은 새로운 일자리도 발굴해 올해 61만 개에서 2021년까지 80여만 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런 일자리는 취업자 통계수치를 부풀려 홍보하는 데 아주 유용할 것이다.

공원 청소 업무는 한 사람이 2시간만 일하면 충분한데도 무려 15명이나 집어넣다 보니 실제로는 10분만 일하고 서류에는 3시간 일한 것으로 적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이래서 노인들 사이에서도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노는 사람 따로 있다”는 불평이 나온다고 한다. 관청의 담당자들은 “노인들에게 일 너무 시키지 마라. 일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털어놓으며 그만둔다는 분들이 많아져 곤란하다”며 관리를 포기하다시피 한 상태다.

이렇게 ‘30만원 일자리’를 얻는 노인 중 얼마는 민주당을 찍어 주지 않겠는가. 국가를 사유물로 만들자는 유혹은 너무 크다. 반면 정책 실패로 초래될 국가와 국민의 고난은 당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사유 경제가 망가지면 그만큼 더 많은 국민이 좌파 정권의 시혜에 의지하게 되므로 재집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인주도성장’ 정책까지 가미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과 자유한국당이 최근 제시한 ‘민부론(民富論)’ 간에 뜨거운 여론전이 전개될 것이 예상된다. 야당과 언론이 현 정부의 이런 야바위 행위를 국민에게 속속들이 이해시키지 못하면 선거 결과는 보나마나다. 대(對)국민 홍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 때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영봉 ( kimy5492@hanmail.net )

중앙대명예교수
(전) 세종대 석좌교수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연구원

(전)상공부 상역국 수출계획과장

(전)동아일보사 기자

저 서

떼한민국 (북파크, 1998)
신경제체제론[박영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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