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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공포...“정책 대전환으로 경제 살리라”는 재난 경고
디플레이션 공포...“정책 대전환으로 경제 살리라”는 재난 경고
  • 권의종
  • 승인 2019.09.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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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재정·세제·규제개혁 등 정책 역량 총결집... 적합한 정책을 적기에 실행해야 적당한 효과 생겨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한국 경제에 못 보던 게 생겼다. 여태껏 없던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등장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4.81을 기록했다. 일 년 전 104.85에 비해 0.04% 하락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5년 이래 첫 번째 마이너스 기록이다. 종전에는 1999년 2월 0.2% 상승률이 가장 낮은 수치였다. GDP(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 역시 3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디플레이션의 정의는 심플하다. 경제 전반이 부진하면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뜻한다. 인플레이션율이 0% 이하, 즉 마이너스 인플레이션이면 디플레이션으로 판정한다. 경제의 한 부문에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다. 인플레이션만 겪어온 우리로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1930년 이전에는 디플레이션이 자주 발생했던 사실을  확인케 된다. 영국의 주간 경제지인 <economist>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기 직전의 영국의 물가는 런던 대화재가 발생했던 1666년 수준과 거의 동일했다”고 밝힌다. 물가가 매년 상승하는 현상은 부유한 공업국가에서도 1930년 이후에야 본격화되었다.

디플레이션 논쟁이 거세다. 지금 상황이 경기순환 주기의 일시적 저점인지, 총수요 감소라는 디플레이션의 전조인지에 견해가 엇갈린다. 정부나 한국은행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황급히 차단한다. 8월 소비자물가는 공급과 정책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기저효과로 진단,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국제 유가 및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락한 공급 요인과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 등에 따른 정책 효과라는 해석이다.

소비자물가 첫 마이너스 상승률...정부는 디플레이션 전조 아니라지만, 경기침체 그늘 짙어져

올 연말이면 소비자물가가 플러스로 돌아 설 걸로 내다보는 정부만 믿고 안심해도 되는 걸까. 불안하게 전개되는 현실이 왠지 께름칙하다. 작금에 표출되는 제반 징후가 영 마음에 걸린다.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깔리고 있는 게 걱정거리다. 수출과 소비 부진 등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저성장·저물가의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시나브로 커진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7월 소매판매액이 지난달에 비해 0.9% 줄었다. 기업 투자도 위축이다. 민간투자의 국내총생산 성장기여도가 추락을 거듭한다.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2.8%에서 2018년 -0.8%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에는 –2.2%까지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상반기 수준(-2.7%)에 근접한다. 제조업의 생산능력은 12개월 연속 하락이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경제의 젖줄 격인 수출은 9개월 연속 뒷걸음질이다. 향후 경제성장 전망이 흐릿하다. 시계 제로 상태다. 원화가치 하락까지 감안하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유지가 힘들 거라는 불길한 전망이 솔솔 나온다. 소득 분배도 악화되는 모양새다. 올 2분기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상 150% 미만에 해당하는 가구 비중은 58.3%로 집계되었다. 중산층 비중은 작년보다 1.9% 낮아져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5년 67.9%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하락이다.

글로벌 경제 환경도 녹녹치 않다. 미·중간 무역전쟁, 영국의 브렉시트 등 세계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해진 모습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활발했던 글로벌 교역량이 한계에 달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일 무역 갈등까지 겹친 우리로서는 이래저래 치명적 위협 요인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셈이다.

국내외 경제 환경 녹록치 않아...수출주도 한국 경제로서는 이래저래 치명적 위협 도처에 산재

이러다 저물가·저성장의 긴 수렁에 빠져드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어쨌거나 지금으로서는 경기둔화에 이어 들이닥칠 수 있는 경기침체의 위험요인을 없애거나 줄이는 수밖에 없다. 달리 방도가 없다. 설사 아니더라도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펼치는 유비무환이 그나마 방책일 수 있다.

때 맞춰 나온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의 충고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국제 교역시장의 분란'을 지목했다. 이어 처방책도 제시했다.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때는 사회간접자본(SOC)투자와 같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정책보다,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단기 부양책이 긴요함“을 강조했다. 금융·재정·세제·규제개혁 등 모든 분야에서의 정책 대전환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나서라는 긴급 경고로 들린다.

침체된 경제에 대한 활력 주입이 다급하다.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내수 부진을 타개할 대책 마련과 함께 기업의 수출경쟁력 배양에 정책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 맞는 신산업 탄생을 후원하고, 미래 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부실기업 정리를 비롯한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아베노믹스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제로 금리, 양적 완화, 재정지출 확대, 법인세율 인하, 규제 완화 등 경기회생 대책을 총동원, 디플레이션과 엔고 현상에서 탈출한 일본의 경험이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양국 간 경제 여건이 다름을 이유로, 편협한 민족감정을 앞세워 외면해봤댔자 우리만 손해다. 꿩 잡는 게 매 아닌가. 정책은 타이밍이다. 우물쭈물 망설이다 실기(失機)했다간 득은 커녕 화만 자초하고 만다. 적합한 정책이 적기에 실행돼야 적당한 효과가 생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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