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좀 희한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기록관 건립을 전혀 모른다고 했단다. 그럼 국가기록원이 대통령 몰래 기록관을 지으려고 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문 대통령은 기록관 건립 얘기를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때문인지 국가기록원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그러나 청와대와 협의 없이 이 같은 일을 추진했을까 하는 의심이 남는다.
문 대통령은 “나는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11일 “문 대통령이 관련 보도를 접한 뒤 ‘개별 기록관은 국가기록원의 필요에 의해 추진한 것으로, 국가기록원이 판단할 사안이다. 그 배경은 이해하지만 왜 우리 정부에서 시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해당 뉴스를 보고서 당혹스럽다고 하면서 불같이 화를 내셨다.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진노’ 사실이 공개된 지 6시간 만에 국가기록원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그 결과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켰다”면서 “(문 대통령의) 그 뜻을 존중해 개별기록관 설치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퇴임 대통령 관련 기록물을 보관하는 개별 대통령기록관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세종시 통합대통령기록관의 사용률이 83.7%로,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신축 비용이 기존의 통합기록관 확장 비용보다 덜 든다는 얘기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개별 기록관의 첫 사례가 되며, 2022년 5월 완공 목표로 172억원을 들여 3000㎡ 규모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7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기록관리혁신 태스크포스(TF)’가 대통령 기록관리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며 개별 기록관 설립을 권장했다고 한다.
여기서 한 번 되짚어 보자. 이명박 기록관, 박근혜 기록관을 짓는다고 하면 국민들이 이해할까.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통령 개인 기록관은 그만한 가치가 있을 때 지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을 했다고 누구나 지으면 값어치도 떨어진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얼마나 많은 업적을 남길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기록관을 지을 만한 업적이 없다.
전두환 이후 전 대통령들을 볼 때 기록관을 남길 만한 대통령은 김대중 밖에 없다고 본다. 더군다나 국가 예산으로 지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 국민의 정서도 감안해야 한다. 지금 문 대통령 기록관을 짓는다고 확정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문 대통령도 그런 것을 알고 화를 내지 않았겠는가. 만약 그대로 추진할 것을 지시하면 더 이상하다.
퇴임 후 존경받는 대통령이 DJ 말고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둘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역할을 하지 못한 역대 대통령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하나 그런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비리나 저지르는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로 족하다. 문 대통령이 그 길을 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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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