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배워야 할 지도자의 처신
역사에서 배워야 할 지도자의 처신
  • 임정덕
  • 승인 2019.09.10 10:52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정덕 칼럼] 국가지도자의 자리는 어려운 곳이다. 잘못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지도자 자신은 물론 그 주변이 하는 잘못도 모두가 나라의 일이 되고 그 결과는 나라 전체에 해를 끼치며 결국 나라를 망치는 길로 이끌게 된다.

조선조 영조는 당시 경제 사정과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여 사치를 금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동시에 금주령을 오랜 기간 내렸다. 어긴 자는 처형하는 법을 만들고 실제로 사형에 처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영조 자신은 송절차(松節茶)라는 이름으로 술을 마셨고, 더 나아가 술을 마신 자기 측근은 처벌하지 않거나 벌을 면제하기도 했다. 이런 지도자가 한 행동이 바로 전형적 ‘내로남불’이다.

조선조가 당파싸움 때문에 멸망의 길로 들어서고 나라를 망치게 되는 과정에서 유의할 일화 하나가 있다. 당파싸움은 본질은 다르겠지만 겉으로 내세운 것은 자기들의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명분이다. 그것이 비록 공리공론적인 허상이라 하더라도 원칙이나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목숨을 걸고 지키는 절개나 철학 같은 측면은 있었다.

그런데 숙종 때 서인과 남인 간 당쟁에서 서인 측이 거짓 역모 사건(임술고변)을 일으켜 남인들을 처형했다. 결국은 조작으로 밝혀져 주모자를 처벌해야 하는데 자문을 위해 왕의 부름을 받은 서인의 지도자 송시열은 ”내 스승의 손자이므로, 또 사문의 자제이니 처벌할 수 없다”는 궤변을 펼쳐 처벌을 면케 하였다. 명분과 원칙은 소위 당대 거유(巨儒)로 불린 자의 파당(계파) 이해관계를 넘지 못했고 그 현상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를 이끌고 다스리는 지도자나 그 주변에 요구되는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 자신에게 엄격함이다. 자신에게 관대하면서, 또 자신은 모든 것에서 자유스러우면서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기준을 요구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역사는 증언한다. 그가 가진 권력과 힘 때문에 앞에서 지적하거나 말하지 않는다고 착각하면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과 같은 결과가 된다.

더욱이 지금의 정권과 공직은 임기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도 상대를 대상으로 엄격한 개혁을 부르짖고 시도하면 ‘너나 잘하세요’라는 반감과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수치심은 인간에게 내린 신의 선물이다.

또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원칙 중 하나는 읍참마속(泣斬馬謖) 정신이다. 소설 삼국지에서 인재난에 시달리는 촉나라 승상 제갈량에게 마속은 자신이 추진하는 삼국통일 대업 완수를 위해 꼭 필요한 유능한 인재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작전 명령을 어겨 중요한 전투를 지게 만든 부하를 법으로 다스릴 수밖에 없던 제갈량은 울면서 처형을 명하였다. 나라의 명운과 발전은 어떤 사정과 형편에 앞서는 절대 명제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이 사건은 큰 교훈으로 남아서 나라나 조직 지도자의 덕목이 되었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덕목은 보고 싶은 현실만 보고 싶어 하는 자기만족 성향을 거부하고, 보고 싶지 않거나 듣고 싶지 않은 현실도 똑같이 듣고 보는 안목과 균형 감각이다.

초기 제정 로마나 오늘날의 선진국을 이룩하는 데 공헌한 나라의 모든 정치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자질을 갖추고 실천한 인물들이었다. 로마의 지도자 줄리우스 시저나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반대자들도 포용하고 반대 의견도 경청하면서 통합적으로 나라를 이끈 예다.

역사에서 취할 수 있는 지도자의 필요 덕목이나 자질 같은 것은 이외에도 많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지도자 및 그 주변 인물이거나 앞으로 지도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은 우선 위에서 적시한 서너 가지의 조건부터 자신에게 적용해 보고 판단해 보기를 제안한다.

특히 앞으로는 이렇게 하겠다는 결심이 아니고, 본인이 이 기준에 따라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보기 바란다. 자기의 삶이 기준과 달랐다면, 또 그것을 실천한 예를 별로 내놓을 게 없다면,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자신과 나라에 다 같이 득이 된다. 지금 자리에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임정덕 ( jdlim@pusan.ac.kr )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전) 부산발전연구원장
(전)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위원
(전)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 : 정종석
  • 편집인 : 정종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