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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와 조국...대한민국 장관에게 요구되는 필수 덕목
홍남기와 조국...대한민국 장관에게 요구되는 필수 덕목
  • 권의종
  • 승인 2019.09.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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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맞은 인격과 능력’ 있어야...‘초능력’ 장관 아닌 기본 재덕(才德) 갖춘 깨끗하고 정직한 ‘보통’ 사람이면 족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경제부총리가 강단지다.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할 줄 안다. 지난 7월 정부가 하향 조정한 2.4~2.5% 수준의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 "달성이 쉽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는 당초 성장률 전망치를 2.6~2.7%로 제시했었다. 그러다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전망치를 0.2%포인트(p)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달성이 힘들다는 고백이다.

7월 정책 발표 이후 글로벌 경제여건이 더 어려워졌고,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까지 겹쳐 투자와 수출이 부진, 2.4% 성장도 어려워졌음을 시인한 셈이다. “선진국들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2% 넘게 성장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몇 개 없을 정도로 어려운 여건을 감내하고 있다"면서  애로를 에둘러 표현했다.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 최대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또 이를 곧이어 행동으로 옮겼다. 경제활력 보강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공공기관 투자 확대, 소비심리 제고, 수출 활력 제고 등 4가지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1조원 규모의 공공기관 투자를 앞당겨 연내 총 55조원의 투자가 이뤄지도록 한 계획이 특히 눈길을 끈다. 

경제사령탑으로서 불과 1달 남짓 전에 발표한 성장률 달성을 번복한다는 게 쉽지 않았으리라.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괘도 수정이 불가피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목표 달성에 진력하려는 모습이 되레 진솔해 보인다. 구차한 핑계로 들리기는 커녕 믿음이 더 간다.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다른 부처의 장관이나 책임자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경제성장률 달성 어려움 고백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궁색한 변명으로 들리기는 커녕 되레 믿음 더 가

경제부총리의 행동을 높이 사는 것은 과거 정책 입안자들의 지나친 경제낙관론이 떠올라서다. 현 정부 출범 후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말은 누구도 꺼내기 힘들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옳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반드시 성과가 나타나고 말거라는 신념이 강했다. 현실로 전개된 어려움은 과정상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되었다. 부정적 전망은 ‘위기 조장용 발목잡기’로 일축되기 일쑤였다.

비판에 신경 쓰지 않고 내 길을 가겠다는 정부 의지가 일방 통행되었다. 지난해 여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연말이 되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작년 11월에는 올해가 되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실질적인 성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것으로 자신했다. 근거 없는 위기론은 국민의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어렵게 할 거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경제부총리 역시 지난해 말 금년 하반기가 되면 경제가 좋아질 것을 호언했다.

그때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의견은 달랐다. 지난 해 11월 6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2020년에는 경기둔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잠재성장률(2.7~2.8% 추정)을 밑도는 저(低)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했다. 작년 성장률은 2.6%. 올해는 모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더라도 잠재성장률에 미달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었다.

각종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초대형 경제위기,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경고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이를 우려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계속 울려대는 경기 침체의 경종을 귀담아 듣지 않은 게 지금 와서 후회로 남는다. 지금이라도 위기를 감지, 대비책을 세울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부족함 인정(認定)하는 인정(人情) 넘치는 인정(仁政), YES... 부정(不正) 부정(否定)하는 부정(不淨), NO

솔직함은 정치권이 배워야 할 것 같다. 기자간담회에서 보인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태도를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일부는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되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핵심 의혹에 대해 부인(否認)으로 일관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딸의 논문과 입시, 장학금, 가족 펀드, 웅동학원에 관련, ‘모른다’, ‘자신은 관여치 않았다’라는 표현이 50차례가 넘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필수 덕목은 직위에 걸맞은 인격과 능력이다. 고위 공직자에게는 그만큼 높은 도덕적 기준과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높은 자리일수록 자신의 능력과 도덕성에 비추어보아 역량을 넘어서면 스스로 사양하고 포기할 줄 아는 결단도 필요하다. 진퇴유절(進退有節), 나아가고 물러남에 절도가 있어야 한다. 진퇴 잘못으로 평생 쌓아놓은 성과를 한순간에 잃은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었던가.

이에 관한 「주역」의 정의는 명쾌하다. “인격은 없는 데 지위는 높고, 지혜는 작은데 꿈이 너무 크면, 화를 입지 않는 자 드물 것”(德微而位尊, 智小而謨大, 無禍者鮮矣)이라 했다. 자신의 능력과 그릇에 맞지 않으면 어떤 높은 지위라도 넘보지 말라는 준엄한 꾸짖음에 분명하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는 오만의 극치다. 

흠결 없는 ‘초능력’ 장관을 원하는 게 아니다. 그런 인물은 어디서도 못 구한다. 기본 재덕(才德)을 구비한 깨끗하고 정직한 ‘보통’ 사람이면 족하다. 그 수준에도 못 미치면 자격 미달이다. 장관도 사람인지라 기대한 결과를 못 낼 수도 있다. 사정을 솔직히 털어놓고 실패를 거울삼아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부족함을 인정(認定)할 줄 아는 인정(人情) 넘치는 인정(仁政)을 바란다. 부정(不正)함을 부정(否定)하는 부정(不淨)은 정말 싫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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