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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사라진 사회
정의가 사라진 사회
  • 장태평
  • 승인 2019.08.3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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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칼럼] 이번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사태를 보면서 정의가 사라진 우리 사회의 암담한 현실을 보게 되었다. 정말 우려되는 것은 조국 후보자 개인의 잘못이 컸기 때문 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잘못된 틀이 도를 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장관은 막중한 자리다. 국가 운영과 관련하여 담당 부서의 정책을 최종 책임지는 자리이다. 그가 어떤 사람이든, 그가 담당한 일에서는 정부를 대표하고, 그가 세운 정책은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장관이 되려면 전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인품과 막중한 업무를 잘 추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제도적 절차가 있기 때문에 청와대는 장관 후보자를 내정하면서 사전에 '고위 공직자 임용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철저히 검증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공직 배제 5대 기준을 첫 조각에서 적용한 후 7대 기준으로 확대하여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를 포함한 불법 자산 증식,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과 연구 부정, 음주운전, 그리고 성(性) 관련 범죄가 그것이다.

그리고 법령 위반으로 인한 처벌, 체납 사실 등 불법 행위가 확인된 경우에는 임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로 하였다. 심지어 객관적인 배제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도 고의, 상습, 중대한 요건에 해당하면 배제하기로 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임용 예정 직무와 관련된 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하였다.

예를 들어, 병역 기피는 외교·안보 분야의 임용에는 가중 적용한다는 것이다. 모양새는 그럴듯하다. 이 기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후보자가 제도화하였다. 그런데 자신부터가 여러 기준을 위반하고, 심지어 불법 행위가 있었는데도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을 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사법 개혁을 위해서란다. 목적이 좋다면 수단은 무엇이든 괜찮다는 논리다.

우리 사회가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이중적 가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큰 문제인데, 이의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조국 후보자는 재야 시절 밖으로는 순수한 척 엄격한 윤리 기준과 준법을 끊임없이 주장해 놓고 안으로는 사익을 추구하며 많은 비리와 불법을 저질렀다. 그는 더구나 법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는 자기도 지키지 않을 기준을 멋지게 포장하여 만들었다. 표리부동의 전형이다.

그리고 민정수석으로서 인사 검증도 문제가 많았다. 그가 검증한 장관급 후보자 37명 중 5명이 부적격으로 사전에 사퇴했고, 10여 명은 문제가 많음에도 임명을 강행했다. 과거 정부에서 이랬다면 조국 후보자는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위장 전입 의혹, 딸 논문 및 입시 부정 의혹, 딸 장학금 관련 의혹, 부동산 차명 소유 의혹, 위장 소송 의혹, 펀드 관련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일반인들이라도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의 비리들인데 본인은 떳떳하기만 하다. 가치의 이중구조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다.

다음으로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불법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조국 후보자의 불법과 탈법 행위가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청와대와 여당을 포함한 여권의 지도자들은 “무엇이 문제냐”며 오히려 당당하기만 하다. 같은 편이면 어떤 잘못도 용서되는 것인가. 조국 사례는 우리의 가치관을 파괴하는 엄중한 사안이다. 국가 지도자들의 윤리의식이 무너지고 정의감이 상실되면 안 된다. 이런 국가가 어떻게 잘 되겠는가. 지도자들이 집단적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가 비리와 불법을 적당히 용인한다는 것이다. 조국 후보자의 많은 의혹이 입증되는데도 여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청와대 청원과 언론 및 인터넷 등을 통해 조국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라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는 허위 사실과 가짜뉴스라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잘못을 저지르면 얼굴을 숙이게 하는 것은 사회의 힘이다. 사회가 눈을 가리고 한발 물러서면, 사악한 사람들이 활개를 친다. 정의가 사라지면 국가가 쇠락한다. 추상같은 정의가 국가를 발전시킨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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