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설상가상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더 내란다. 물론 우리나라에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과의 갈등으로 한국이 코너에 몰려 있는데 미국마저 돈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게 바로 국제외교다. 철저히 자기 나라 실리위주로 움직인다. 그리고 외교는 강대국이 힘을 바탕으로 밀어붙인다. 국력을 키워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정말 장사꾼 기질이다. 대통령도 상인처럼 하는 것 같다. 미국 국민들은 싫어하지 않을 터. 트럼프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트위터를 통해 선수를 친다. 상대방을 빼도 박도 못하게 한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미국 각료도 트위터를 통해 목을 날리는 마당에 할 말이 없기는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 현저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면서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매우 적은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 지불하는 분담금을 늘리기 위한 논의(talks)가 시작됐다"면서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이며 이제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방어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로서는 트럼프에게 한 방을 먹은 격이다. 어쨌든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안할 수 없다. 미국은 2020년 이후부터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해야 할 몫을 정하는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위한 협상팀이 꾸려지기도 전에 한국을 향해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에 나선 것이다. 지금보다 다섯 배 더 내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 주둔국이 부담하는 방위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새로운 원칙을 세우고 있다. 통상 3∼5년이던 SMA 유효기간을 지난해에는 1년으로 고집했는데 최근 그 원칙 수립을 끝낸 것 같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이 오늘 9일 한국을 찾는 만큼 이와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았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을 잇달아 만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관해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파했다고 한다.
미국이 얼마 만큼의 증액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의 방한 이후 미국이 차기 협상에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달러(6조775억원)를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환율로 따지면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6배에 가까운 규모다. 우리 정부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얼마나 합리적이냐가 관건이다.
또 얘기하지만 지금 외교안보팀은 너무 허약하다. 이들이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나의 기우(杞憂)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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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