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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튼 프리드먼 사상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공정경제
밀튼 프리드먼 사상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공정경제
  • 정종석
  • 승인 2019.07.3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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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서 "공정한 경쟁 어기는 반칙 행위 묵과할 수 없다"강조...과감하되 절제된 기업 수사 바람직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지난 2012년 한 지상파 TV에서 <추적자>라는 드라마를 방송했다. 상당히 재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드라마 내용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었다. 재벌 그룹 회장 사택 집무실 벽에 전화기가 하나 붙어 있다. 수화기를 들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상대방이 받았다. 일종의 핫라인인 셈이다. 박근형이 연기한 이 회장이 야밤중에 수화기를 들고 말한다. “어이, 김 총장! 내일 아침에 긴급체포하기로 한 거, 그거 다시 한번 검토해 줘. 그래. 고맙다.”

긴급체포의 대상은 이 회장의 사위다. 원수지간인 회장과 사위 사이에 모종의 딜이 오간 끝에 회장이 이 전화를 한다. 그 뒤 사위에 대한 수사는 중단된다.

그럼 김 총장이 누군가? 여당 사무총장일 리는 없고, 결국 검찰총장일 것이다. 검찰총장을 이렇게 하인 부리듯 한다? 이 재벌 회장의 힘이 무소불위라는 얘기일 것이다.

영화 <돈의 맛>에도 비슷한 대목이 있다. ‘핫라인’까지는 아니지만 재벌 회장이 ‘총장’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청탁을 하고, 그 청탁은 성사된다. 드라마나 영회에서는 이처럼 간명하게 말하는 모습이 흥미롭지만 실제로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검찰총장과 재벌 회장 사이에 이런 핫라인이 있을 수 있다고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 총장, 취임사서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취임식에서 검찰이 중시해야 할 가치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을 제시했다.

윤 총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라며 “특히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제1조는 이법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립 이유인 이 문구는 윤 총장의 취임 일성이기도 했다. 윤 총장은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 척결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사로 착각할 정도다.

윤 총장이 공식 취임한 뒤 재계에 긴장감이 흐른다. 문재인 정부 2기 검찰 수장에 오른 윤 신임 검찰총장을 보는 재계의 시각에 편하지는 않은 기류가 역력해서다.

재계에서는 ‘윤석열 호(號)’ 출범 이후 대기업 등과 관련한 수사 강도가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한다. 이는 인사 청문회 과정부터 정식 취임까지 윤 총장의 행보에서도 어느 정도 감지된다.

윤 총장 “과거 삼성이나 SK를 수사했지만 수사하면 주가가 올라가고 기업이 더 잘됐다” 답변하기도

그가 구상하는 공정경제 구현을 위한 검찰권의 행사가 구체화할 경우 재벌총수들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더욱 예리해질 것이다.

지난해 10월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출석했던 윤 총장은 “과거 삼성이나 SK를 수사했지만 수사하면 주가가 올라가고 기업이 더 잘됐다”고 답변했다.

이어 “검찰의 기업 수사 목적은 기업을 운영해온 사람들의 문제점을 조사해서 소위 말하는 오너리스크를 제거해서 그 기업이 더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공정경제의 기반은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을 지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에 공정위 역량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검찰까지 지원사격에 적극 나설 채비를 서두르면서 대기업을 향한 불공정거래행위 근절 강도를 한층 강화할 것임이 뻔하다.

앞의 드라마 <추적자>에서 여당 대통령 후보(회장 사위)가 다음과 같이 외친다. “내 꿈은 청와대가 아냐. 거긴 정거장이야. 임기 말만 되면 언론이건 검찰이건 승냥이처럼 달려드는 그 자리가 아니라, 평생 누구에게도 고개 숙이지 않는 저 자리(장인, 즉 재벌 회장 자리)야”.

역대 대통령은 임기 말이 되면 거의 예외 없이 권력누수(레임덕)에 빠진다. 동물의 왕자 사자나 호랑이도 늙고 병들면 하이에나나 승냥이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최고의 권력자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힘이 빠지면 언론과 검찰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공정경쟁 구현은 좋으나 목적 달성했으나 기업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 잘못 저지르면 안된다"

윤 총장은 시카고학파인 밀턴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학파인 루드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취임사에 시장경제의 성공 조건인 공정한 경쟁을 어기는 반칙 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는 윤 총장의 신념이 담겼다는 것이다.

그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 ‘본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꼽기도 했다. 미국의 대표적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프리드먼은 이 책에 “자유보다 평등을 앞세우는 사회는 평등과 자유, 어느 쪽도 얻지 못한다”고 적었다.

문제는 경제사범에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검찰이 시장에 칼을 들이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형벌 만능주의’는 현실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

윤 총장이 공정경쟁을 구현하는 검찰권 행사를 하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자칫 목적을 달성했으나 기업을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저지르면 안된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우리는 역대 정권에서 검찰이 정권의 하명(下命)을 받고 기업 수사를 하는 것을 여러 차례 지켜봤다. 수사는 대부분 결과도 좋지 않았다. 법원에 가서 무죄판결이 우수수 나온 경우도 적지 않았다. 만일 윤 총장이 프리드먼의 생각에 진실로 동의한다면 평소 그 소신을 바탕으로 과감하되 절제된 기업 수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대표기자/발행인

한국언론학회 회원(언론학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부회장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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