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은경 기자] 일본 정부의 우리나라 경제보복이 시작된 이후 조사된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금융위기는 2000년대 후반 미국의 금융 시장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파급 된 대규모의 금융 위기 사태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서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이달 16일부터 23일까지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8월 전망치가 80.7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6.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경연의 8월 BSI 전망치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2월(81.1)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7월 BSI 전망치인 92.3과 비교하면 한달새 무려 12% 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8월 전망은 비제조업(89.1)에 비해 제조업(74.7)의 부정적 경기 전망이 더 높았다. 기업들은 주요 원인으로 계절적 요인 외에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생산 감축 우려 등을 뽑았다.
특히, 일본이 이달 초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부품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포토 레지스트(감광재),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 8월 경기 전망 악화의 주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됐다.
업종별로는 중화학공업의 전망이 가장 부정적으로 조사됐으며 경공업의 경우 '펄프, 종이 및 가구'(75.0),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84.2), '음식류(88.0)' 등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부진한 전망을 내놨다. '자동차, 트레일러 및 기타운송장비'(52.3), '고무·플라스틱 및 비금속광물'(63.6), '1차 금속 및 가공'(63.6) 등은 전달과 비교해 경기가 상당히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비제조업인 '출판 및 기록물제작'(80.0), '도·소매'(81.8), '운송업'(86.4) 등도 지난달보다 일제히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었다.
실제 업황을 조사한 7월 BSI 실적은 84.6를 기록하며 전달(88.9) 대비 하락했다. 이로써, 한경연의 BSI 실적치도 51개월 연속 기준선 이하를 기록했다. 내수(88.7), 수출(91.3), 투자(94.7), 자금(94.2), 재고(104.1), 고용(95.4), 채산성(88.0) 등 전 부문이 부진했다.
김윤경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2·4분기 민간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된데 이어 기업의 경기전망 역시 크게 하락하면서 하반기 경제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대내외 리스크 대응과 함께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