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박홍준 기자] 대기오염물질 배출하면 곧 현대제철을 떠올릴 정도다. 그만큼 현대제철이 대기오염물질을 대량으로 배출, 전국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조업정지 집행정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계기로 이제는 대기오염물질을 대폭 줄일지가 주목된다. 환경전문가들은 그러나 현대제철이 아직도 ‘대마불사의 신화’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아 앞으로 대기오염물질의 무단배출 가능성은 높다고 지적한다.
사실 현대제철은 최근 몇 년 동안 환경당국이나 충남도의 감독과 규제에 아랑곳 하지 않고 발암성 대기오염물질 등을 마구 배출해왔다. 데이터뉴스가 현대제철의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현대제철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2만3626톤으로, 1년 새 6.7%나 증가했다.
현대제철의 최근 5년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2014년 1만6486톤, 2015년 2만2916만 톤, 2016년 2만3832톤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2만2151만 톤으로 하락하는 듯 했지만, 2018년 2만3626만 톤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물질로 알려진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은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먼지의 배출량은 지난해 717톤으로 2017년의 610톤에 비해 17.6% 급증했다. 또한, 2018년 기준 황산화물(SOx)와 질소산화물(NOx)의 배출량은 1만1546톤, 1만1363톤으로 집계됐다. 2017년(1만900톤, 1만642톤) 대비 각각 5.9%, 6.8%씩 늘었다.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90% 이상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덩어리 형태로 만드는 소결공장에서 배출된다. 철광석과 석탄, 석회석 등의 원료들이 굳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인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대제철이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여러 곳에서 입증된다. 환경부가 4월 1일 공개한 '2018년 TMS 부착 사업장의 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를 보면 현대제철이 지난 2015년 이후 줄곧 1위를 지키던 삼천포화력을 제치고, 드디어 전국 1위에 올라섰다. 더욱이 현대제철은 상대적 지표인 배출량 순위뿐만 아니라 배출량 합계에서도 2018년 2만3292톤으로 전년보다 1443톤이 늘어 절대적 지표도 증가했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비해 최신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대기오염물질은 포스코를 훨씬 앞선다. 현대제철은 현재 모두 3기의 고로를 가동하고 있다. 4기의 고로를 가동하고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나 5기의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비교하면 가장 수가 적다. 고로의 연간 조강생산능력 역시 현대제철은 1200만 톤 정도로 포스코 광양제철소(1800만 톤)는 물론 포스코 포항제철소(1500만 톤)보다도 훨씬 적다.
더욱이 2010년 고로를 가동하기 시작한 현대제철은 1987년부터 가동한 포스코 광양제철소나 1968년부터 가동한 포스코 포항제철소보다 훨씬 최신설비이다. 고로의 숫자와 조강생산규모도 적고 연식도 얼마 되지 않는데 대기오염 배출량이 가장 많다는 사실은 환경관리에 대한 현대제철의 무관심과 무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4월 17일 발표한 '산업시설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서도 현대제철은 2017년 2월 유독성 특정대기유해물질인 청산가스(시안화수소)가 배출허용기준보다 6배 가까이 측정됐는데도 이 사실을 숨기고 1년 8개월 동안 유독성 물질을 불법 배출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충남도가 지난 5월 30일,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현대제철에 지난달 15일부터 24일까지 10일 간 조업정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곧이어 현대제철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이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지난 9일 현대제철의 손을 들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환경전문가들은 조업정지를 면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조업정지 처분으로 경제가 망한다는 식의 악의적인 선동을 해서는 안되고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고 지역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 길만이 현대제철이 사과의 진정성을 보이는 길이며 지역과 상생하는 길이라면 현대제철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현대제철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집행정지를 받아들인 지난 9일 충남 당진제철소 소결공장에 대기오염 물질 저감장치인 '소결로 배가스 처리장치(SGTS)'를 공개했다. 현대제철측은 이번 신규설비 가동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2020년 배출허용기준(충청남도 조례 기준) 대비 4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